소주·맥주에도 '건강세' 붙나…주류업계, 건강부담금 도입 '촉각'
건강증진계획에 '가격정책' 포함…정부, 음주율 낮추려 목표 설정
'간접세' 부담금 부과 시 서민 부담 커져…주류업 전반 악화 불가피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소주와 맥주 등 술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수년 내 건강증진부담금을 매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술값 대부분을 세금이 차지하는 가운데 '건강세'로 불리는 부담금 부과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주류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최근 확정·발표한 '제6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6~2030)'에는 주류 소비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등 가격정책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음주 조장 환경을 개선 방안의 하나로 2020년 1월 발표한 5차 종합계획에 담겼던 내용이다. 복지부도 이에 10년 계획상의 중장기 정책 방향의 하나일 뿐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건강 유해 품목인 담배에 이미 건강증진부담금(담뱃세)이 붙고 있는 만큼 술에도 머지않아 주류세가 부과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두 품목 모두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성인 음주율에 정부 목표치에 못 미치는 점도 부담금 도입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의 '절주' 성과지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성인 남성 고위험 음주율은 18.5%로 목표치인 17.8%에 못 미친다. 성인 여성 고위험 음주율(8.6%)도 목표(7.3%)보다 높다.
일각에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정부는 (주류세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결국은 올린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주류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이 크다며 부담금 부과를 검토했으나 '서민증세' 비판이 불거지며 논란은 사그라들었다.
실제 서민 술로 꼽히는 소주와 맥주에 부담금을 부과하면 소비자의 체감 물가가 높아진다는 게 중론이다. 건강부담금은 물건값에 포함되는 간접세로, 소득이 낮을수록 서민 부담이 큰 항목이다.
이미 소주에는 출고가의 72%가 주세로 부과되고, 주세의 30%는 교육세, 출고가에 두 세금을 더한 가격의 10%에 부가가치세가 매겨진다. 조세 정책이 사실상 술 가격을 좌우하는 가운데 부담금이 신설되면 술 가격 인상도 불가피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긴축 재정으로 세수 확보 니즈가 커지면서 부담금 논의가 나온 것 같다"면서도 "술은 담배와 달리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이어서 가격 인상에 따른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전망했다.
술 소비 감소로 주류회사 실적이 줄어든 가운데 가격 인상 시 주류업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종합주류기업 하이트진로(000080)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 17.2% 감소했다. 높은 도수를 마시지 않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주의 주성분인 주정 제조사 실적도 일제히 하락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정부가 부담금을 부과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여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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