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12년 호텔 속 '조선 주막'…전통 막걸리 맛에 외국인들 "원더풀"

웨스틴조선서울 '한마루' 이벤트…누룩 만져보며 신기해해
윷놀이·김장·문방구 등 새로운 콘셉트로 K-컬처 체험 제공

25일 웨스틴조선서울에서 진행된 한마루 이벤트 막걸리 클래스에서 김도영 '백구생' 대표가 누룩을 들고 막걸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막걸리에 추천하는 음식으로 파전이라는 한국식 팬케이크가 있어요.'비가 오는 날엔 막걸리'(rainy days makgeolli)라는 말도 있죠."

25일 저녁 웨스틴조선서울 최상층 웨스틴 클럽에서는 '조선 주막'이 열렸다. 외국인 투숙객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호텔 측이 마련한 '한마루'(Hanmaru) 이벤트의 일환으로 입구부터 초가지붕과 한지 등불, 달 모양 조명으로 푸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도영 '백구생' 대표가 이날 직접 쌀로 빚은 누룩을 들고 나와 전통적인 막걸리 제조 방법을 영어로 설명하자 모여 앉은 외국인 투숙객들 눈이 반짝였다. 앞에 놓인 세 종류의 막걸리를 시음하며 흥미로워하는 외국인도 있었다.

김 대표는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 거른다'에서 나왔다"며 "막걸리에서 거른 청주는 일종의 '프리미엄 소주'로 목 넘김이 400달러(약 60만 원)짜리 위스키보다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막걸리 클래스에 외국인 투숙객 "기대 이상" 웃음꽃

20분간 진행된 짧은 발표가 끝나자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막걸리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많다고 들었는데 건강한 음료인가요?"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어떤가요?" "막걸리가 단맛을 내는 건 쌀 때문인가요? 발효 기간 때문인가요?"

김 대표는 "생막걸리에는 유산균이 많은데 대량 생산되는 막걸리는 대부분 살균된 제품"이라며 "단맛은 쌀과 물의 비율, 발효 기간, 발효를 몇 번 거쳤는지 등 여러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자세히 답변했다.

25일 웨스틴조선서울 웨스틴클럽에서 진행된 한마루 막걸리 클래스에서 직원이 전통 방식으로 제조된 막걸리를 대접하고 있다. 2026.3.25 ⓒ News1 박혜연 기자

미국 시카고 출신 여행객 크리스틴 랭거스(61)는 이날 진행된 막걸리 클래스에 대해 "멋졌다(wonderful)"며 "이런 강연을 듣게 돼서 한국에 온 첫날이 기대한 것 이상으로 흥미롭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평소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좋아했다는 크리스틴은 남편과 함께 2주간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 이날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크리스틴은 "시카고에서 시중에 파는 막걸리도 봤는데 실제로 맛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정말 맛있었다(I really enjoyed it)"고 웃었다.

이날 웨스틴 클럽을 방문한 투숙객에는 엽전 세 닢이 든 색색의 복주머니가 주어졌다. 엽전 한 닢을 내면 한복을 입은 직원이 수정과나 막걸리를 섞은 칵테일을 즉석에서 제조해 준다. 직원 앞에는 엽전을 내려는 외국인 손님들로 긴 대기 줄이 형성됐다.

크리스틴 랭거스 씨가 엽전을 내고 막걸리 칵테일을 주문하고 있다.(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K-컬처 콘텐츠로 고객 충성도 강화…내달 '꽃놀이' 콘셉트 기획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코로나19 시기가 끝난 2023년부터 늘어나던 외국인 투숙객을 겨냥, 차별화된 'K-헤리티지' 체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한마루 이벤트를 시작했다. 웨스틴조선서울의 평소 외국인 투숙객 비율은 약 80% 수준이다.

한마루는 이그제큐티브 타입 이상 객실에 머무는 투숙객 대상으로 한다. 이그제큐티브 객실은 보통 70만 원대부터 시작해 비즈니스 출장으로 장기 숙박하는 투숙객이 많다. 자유 관광이 어려운 비즈니스 출장객을 위해 한국 문화를 호텔에서 짧게나마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처음에는 치맥 문화를 소개하는 등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외국인 투숙객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아지자 옛날 교복을 착용하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 '조선 문방구', 실제 배추와 무로 김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치 테이스팅 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화했다.

웨스틴클럽 내 마련된 조선 주막 콘셉트 병풍(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월 1회 진행하던 이벤트도 올해부터는 월 2회로 늘렸다. 투숙객과 자주 접하는 객실팀 내 GRO(Guest Relations Office)팀이 매달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새로운 콘셉트와 프로그램을 짜고 섭외 및 소품 공수를 맡는다.

1월에는 '조선 공방'을 콘셉트로 전통 키링 만들기와 약과 아이스크림 토핑 체험을, 2월에는 설 연휴를 맞이해 윷놀이 게임과 덕담 복주머니 이벤트를 진행했다. 4월에는 '꽃놀이' 콘셉트로 셰프가 직접 만든 화전을 제공하고 다도·명상 체험을 기획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한마루 이벤트를 경험해보고 다음에 또 투숙할 때 이용하고 싶다며 일정을 미리 알려달라는 고객이 있을 정도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며 "112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K-컬처 체험 콘텐츠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