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되고 불닭은 안 된다?"…K-푸드 브랜드 주권의 역설

코카콜라 이름도 원래 '재료'였는데…"불닭은 왜 상표가 되지 못하나"
안방서 뺏긴 이름, 해외서 짝퉁 판쳐도 못 막아… 불닭이 마주한 비극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2025.9.24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붉은색 바탕에 흰색 흘림체로 쓰인 '코카콜라'(Coca-Cola)를 모르는 이는 찾기 어렵다.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이 이름은 이제 단순한 탄산음료를 넘어 미국 자본주의와 문화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하나의 '브랜드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글로벌 K-푸드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은 전 세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K-푸드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불닭은 정작 안방인 한국에서 상표권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여전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요리명'이라는 한계에 묶여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003230)의 '불닭' 브랜드는 해외에서는 특정 기업의 고유한 상표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국내 법체계에서는 자연어라는 이유로 동일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K-푸드 브랜드 주권의 역설'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코카콜라 역시 처음부터 고유한 조어는 아니었다. 코카 잎과 콜라 나무 열매에서 이름을 따온 이 단어는 사전적 정의만 놓고 본다면 특정 성분이 들어간 음료를 지칭하는 일반 명칭에 가까웠을 수 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친 일관된 품질 관리와 마케팅·소비자 경험의 축적을 통해 코카콜라는 더 이상 성분을 설명하는 단어가 아닌 독보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획득했다. 오늘날 소비자에게 코카콜라는 '음료의 종류'가 아니라 하나의 경험이자 상징으로 인식된다.

업계에서는 불닭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브랜드란 사전 속 정의가 아니라 소비자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형성되는 개념이며 특정 이름을 들었을 때 특정 기업과 제품 경험이 즉각적으로 떠오른다면 이미 상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소비자에게 '불닭'은 매운 닭요리라는 일반적인 메뉴가 아니라 삼양식품의 매운 볶음면 시리즈와 그 강렬한 맛의 경험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국내 상표 등록 과정에서의 판단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닭이 자연어라는 이유로 상표권 등록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표 판단의 기준이 단어의 언어적 출신이 아니라 시장에서 형성된 소비자 인식이어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상표법 제33조 제2항은 본래 식별력이 부족한 표장이라 하더라도 장기간 사용과 광범위한 홍보를 통해 특정 출처로 인식될 경우 상표로 인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연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배제하는 것은 해당 조항의 취지를 사실상 외면한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 같은 국내외 인식의 괴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은영 엘리스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전 특허심판원 심판장)는 "해외 언론과 소비자들이 이미 '불닭'(Buldak)을 고유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이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해외 위조·도용 문제에 대응할 법적 정당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는 불닭의 로고와 패키지를 모방한 유사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으며 이는 브랜드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우리가 우리 브랜드를 일반 요리명으로 규정하는 순간 해외에서 이를 지켜줄 IP 방패 역시 힘을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브랜드가 글로벌해질수록 상표 전략은 더 이상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익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코카콜라가 미국 소프트파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 이름을 전 세계적으로 철저히 보호해 온 상표권 전략이 있었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K-푸드 수출 10조 원 시대를 맞은 지금 우리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시각으로 자국 브랜드를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전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