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볼에 밀리고 수입맥주에 치이고"…벼랑 끝 수제맥주 시장

어메이징브루잉 파산 수준…세븐브로이·와이브루어리도 회생절차 개시
줄어든 소비에 고정비 부담까지, 설 자리 잃는 수제맥주 브랜드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박람회 및 드링크서울에서 참관객이 수제맥주를 시음하고 있다. 2025.4.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한때 '수제맥주 붐'을 이끌며 급성장했던 국내 수제맥주 업계가 줄줄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장 성장세가 꺾인 가운데 고정비 부담과 경쟁 심화가 겹치면서 파산·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1세대 수제맥주 기업의 몰락

1일 업계에 따르면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최근 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한때 국내 수제맥주 1세대 브랜드로 주목받았던 곳이지만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며 결국 시장에서 퇴장하게 됐다.

과거 어메이징브루잉 성수점은 현장 양조 시설을 갖춘 개방형 브루펍 구조로 인기를 끌며 국내 수제맥주 대중화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수제맥주 업황 침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영권 매각에도 실패하면서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다른 수제맥주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곰표 밀맥주'로 이름을 알렸던 세븐브로이맥주는 2023년 3월 곰표 상표권을 보유한 대한제분과의 브랜드 라이선싱 계약이 종료된 이후 경영난을 겪었고 결국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와이브루어리도 지난달 1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뒤 지난달 30일 간이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상태다. 와이브루어리 역시 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과 주요 편의점과 전용 협업 상품을 선보이며 판매 채널을 넓혀왔지만, 수제 맥주 시장 환경 악화 속에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맥주박람회 및 드링크서울에서 한 관계자가 수제맥주를 정리하고 있다. 2025.4.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고정비 부담에 대체 주류에 밀린 수제맥주

수제맥주 업계 전반의 위기는 시장 자체의 급격한 위축과 맞물려 있다. 코로나19 이후 외식 수요가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수제맥주 소비는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주류 소비 전반이 감소하는 흐름 속에 성장 동력마저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고정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수제맥주는 소량의 맥주를 생산하는 구조로 원가 절감이 쉽지 않은 데다 전기·가스비 등 제조 비용까지 뛰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경쟁 환경도 한층 치열해졌다. 수입 프리미엄 맥주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며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졌고, 하이볼이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수제맥주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실제 시장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뚜렷하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152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에는 752억 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외식 채널 회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 트렌드도 수제맥주보다는 하이볼이나 수입 맥주에 쏠리는 분위기"라며 "시장 자체가 과거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