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쿠팡 사태' 출구 전략은
(서울=뉴스1) 이주현 산업2부 부장 = 쿠팡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태와 관련해 회사측은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수사기관의 공식 판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의 공식 판단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정원 논란까지 겹치며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 문제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어떤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는지, 수사기관간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이러는 사이에 정보는 단편적으로 흘러나오고 해석은 제각각 갈라지고 있다.
문제는 이 구조적 불투명성이 곧바로 외교·통상 리스크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관련된 통상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업의 보안 사고를 넘어 국가 시스템의 신뢰 문제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글로벌 플랫폼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 이슈는 국경 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사기관, 보안기관, 감독 당국의 역할 구분과 대응 체계는 해외 정부와 시장이 한국의 디지털 거버넌스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공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 관여 논란과 정치적 해석, 통상 이슈가 뒤엉킬수록 사안은 사실 규명이 아니라 국가 리스크 관리 실패의 사례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수사기관의 침묵은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기관이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조차 설명되지 않는 상황은 국내 소비자의 불안을 키운다. 불필요한 외교적 오해와 통상 압박의 빌미도 제공한다. 조사 공백은 곧 보안 공백이 되고, 보안 공백은 곧 국가 신뢰의 문제로 전환된다.
쿠팡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 시점과 과정에는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사고 직후 원인 파악과 긴급 조치를 위해 기업의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쿠팡은 사건의 당사자일 뿐,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기업의 설명은 공적 검증을 대체할 수 없다.
국회와 정부는 쿠팡을 향한 질타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수사 결과 발표 예상 시점이나 중간 조사 결과 공개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증폭된 의혹과 불안이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합되는 순간, 소비자 보호는 사라지고 대립 구도만 남는다. 과거 광우병 사태가 보여줬듯, 불완전한 정보 위에 공포 프레임이 더해지면 선동과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정치도, 이념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부터 소비자 정보 보호, 재발 방지, 시스템 정비 등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질타와 논쟁, 공방만 부각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사안을 특정 기업의 책임 공방이나 정치적 소재로만 소비한다면, 유사한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중'이라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어디까지 확인됐는지, 무엇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는지 등 중간 단계들을 설명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수사 결과 발표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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