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사러 韓 백화점 가요"…원화 약세에 외국인 '쇼핑 성지' 등극

주요 백화점 외국인 매출 급증…명품 중심 증가
'원화 약세'가 연 외국인 지갑…백화점 실적 불붙는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쇼핑을 마친 뒤 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5.6.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고가인 데다 마진율도 높은 명품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백화점 업계는 부진한 내수 시장에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국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82%, 강남점 외국인 매출액도 5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 외국인 매출도 40% 늘었으며,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무역센터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20%까지 올라왔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상품 가격이 현지보다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1469원으로 반년 전인 지난해 6월 30일(1354원)보다 115원 올랐다. 원·유로 환율(1718원)과 원·파운드 환율(1974원)도 최근 10년간 최고점 수준을 기록하는 등 국가를 가리지 않고 원화 약세 현상이 전방위적이다.

'명품 쇼핑지' 된 한국…"명품 사러 한국 온 김에 관광한다"

특히 외국인 명품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지와 동일한 품질의 고가인 명품을 환율 효과만큼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다. 지난해 하반기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명품 카테고리 외국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명품 매출 증가율(15.6%)보다 4배 이상 높다.

이로 인해 국내 백화점이 외국인에게 '명품 쇼핑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4년 엔화가 800원 중반까지 떨어지자 국내 관광객들이 일본 현지에서 명품을 대거 사들이며 '일본 특산품'이란 말이 나왔던 것과 비슷하다. 당시 엔저 국면에서 일본도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명품 등 매출이 빠르게 증가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국에 관광 온 김에 명품을 사가는 게 아니라, 명품을 사기 위해 한국에 와서 관광까지 즐기고 간다는 외국인 고객 이야기도 있었다"며 "백화점들도 외국인 대상 프로모션 등 할인 행사가 있어 객단가와 구매 빈도 자체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에르메스 제품 등이 전시돼 있다.(자료사진) 2024.12.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화 약세 지속…백화점 '외국인 맞이' 프로모션 강화

특히 과거 면세점에 국한됐던 외국인의 소비 채널이 최근 다양하게 분산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리브영·다이소를 비롯한 로드샵에서 직접 쇼핑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전통 채널 중에선 검증된 상품이 다양한 데다 즐길 거리까지 다양한 백화점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업계는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만큼 당분간 백화점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의 올해 1분기 백화점 경기전망지수(RBSI) 전망치는 112로 나타났다. RBSI가 기준치(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의미로, 이커머스·편의점·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업은 모두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백화점들도 외국인 고객에 대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인천공항 환승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투어 코스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단기여행객과 크루즈 하선객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강화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에서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도입하기도 했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K콘텐츠 확산을 기반으로 방한 외국인이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며 소비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는 환경"이라며 "과거 일본처럼 외국인 유입 확대와 매출 상승이 맞물릴 경우, 백화점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