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과로사 축소' 의혹 제기…쿠팡 대표 "진위 확인 안 됐다"

(서울=뉴스1) 문창석 박혜연 금준혁 기자 = 쿠팡이 자사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담긴 이메일이 국회에서 공개됐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는 해당 문서의 진위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10월 당시 쿠팡 수석 부사장이었던 로저스 대표가 임원들에게 지시한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쿠팡에 고(故) 장덕준 씨 사고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로저스 대표는 이메일을 통해 임원들에게 '장 씨의 업무가 신체적 부담을 주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라'고 지시한 의혹이 제기됐다. 업무가 수월했기에 과로로 인한 죽음이 아니라는 취지다.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는 무슨 의도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느냐"며 "저는 이 문서를 본 적이 없으며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 문서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계약이 해지된 직원에 의해서 제출된 것"이라며 "(해당 사안과 관련해)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으며, 고용노동부의 충분한 조사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로저스 대표는 2020년 이후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3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깊은 참담함을 느낀다"며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해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장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는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헤매던 모든 순간이 김범석 의장의 한마디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고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제대로 처벌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11월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택배기사 오승용 씨의 가족인 오혜리 씨도 "쿠팡 측은 지금까지도 저희에게 연락조차 없고 묵인하고 있다. 사과가 그렇게 힘드냐"며 "지금이라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산업 재해임을 인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저스 대표는 "저희는 모든 책임을 인정한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쿠팡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며 아드님(장 씨)의 사망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장 씨의 사망 당시 쿠팡 대표였던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당시 사과를 했고 어머니께 따로 사과드리기도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닌 걸 잘 알고 있다"며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과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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