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원재료 안정화하고 있지만…업계 "가격 인하는 시기상조"

코코아 선물 연초 1만달러 대비 절반 수준…원당·소맥도 우하향
국세청, 세무조사 압박…업계 "아직 원재료 가격 안정화 보기 어려워"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고공행진을 하던 코코아, 원당 등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이 연말 들어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부담스러운 주머니 사정으로 식품 제조사들의 제품 가격 인하를 기대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이를 가격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30일 aT FIS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코코아 선물 가격은 올해 꾸준히 우하향세를 보였다.

코코아 선물은 지난해 연말 톤당 1만 2565달러로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지만, 지난 11월에는 4943달러로 52주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는 5000달러 후반대로 다시 반등했지만, 1만 달러 선을 오르내리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내린 가격이다. 주 원산지인 서아프리카의 작황 불안으로 코코아 가격이 치솟았지만, 대체 산지인 남미 지역의 코코아 재배 급증이 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

가공식품에서 단맛을 내는 원당 가격도 하락세다. 올해 초 파운드당 21.45센트로 평년 대비 높은 가격을 유지했으나, 주요 생산국인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 호조로 연말 들어 14센트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곡물 가격도 안정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라니냐 영향을 받으면서 주요 작황지의 곡물 작황 부진이 전망됐으나 라니냐가 빠르게 소멸되면서 우려가 줄어들었다.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소맥(HRW) 가격 역시 2월 1부셸(곡물의 부피를 재는 단위)당 640센트에서 현재 500센트 선으로 하락했다.

이같은 주요 식품 원재료 가격이 안정화하면서 정부도 식품 가격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국세청은 지난 23일 가격담합 독과점 기업 등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원재료를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은 기업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즉각적인 가격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지속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식품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끌어안았다. 그나마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정치권 혼란을 틈타 제품 가격을 줄이어 인상했지만, 수익성 회복은 아직이다.

유통 채널에 깔린 재고 물량 탓에 3분기가 지난 후에 조금씩 가격 인상분이 수익으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뿐 아니라 인건비, 대미 관세 등의 부담도 여전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은 제품 생산 계획에 따라 미리 계약하기 때문에,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은 기존에 수입한 높은 가격의 원재료로 만들어졌다"며 "원재료 가격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정화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불안정한 대외 환경 등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가격 조정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