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3000개뿐" 쿠팡의 셀프조사…국민 불신·의구심 해소될까
쿠팡, 자체 조사 결과 기습 발표…청문회 앞두고 '승부수'
경찰·정부 결과 전까지 혼란 지속…'미운털' 가능성도
- 윤수희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유출자를 특정하고, 접근한 정보 대비 유출된 정보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쿠팡은 이번 발표를 통해 30~31일 국회 연석 청문회를 앞둔 가운데 경찰보다 먼저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는 동시에 사태를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은 유출 당사자인 전직 직원을 특정하고 모든 자백을 받아내는 한편,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업체인 맨디언트, 팔로알토 네트웍스, 언스트앤영에 의뢰한 조사와 유출자의 진술을 대조했다.
그 결과 유출자는 탈취한 보안 키를 사용해 3300만 고객 정보에 접근했으며 3000개 계정의 고객 정보와 2609개 공동현관 출입번호를 저장했다.
또한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및 공동현관 비밀번호 외에 결제정보, 로그인 관련 정보, 개인통관번호에 대한 접근은 없었으며, 저장한 정보는 언론 보도 이후 유출자가 삭제한 뒤 해당 기기를 하천에 던져 은폐·파기하려 했다는 게 쿠팡 측 설명이다.
쿠팡은 유출된 개인정보는 유출자의 노트북에만 저장됐고 외부로 전송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 보상을 약속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는 국회 연석 청문회를 5일 앞둔 시점이자 대통령실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대응을 위해 범정부 관계장관 회의를 연 당일 이뤄졌다.
쿠팡은 사태 수습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본 정부와 국회로부터 연일 '강공'을 받고 있었다. 이에 성탄절 휴일임에도 발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나름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있는 쿠팡이 스스로 조사한 데다 그동안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번 발표를 국민이 얼마나 믿을지다.
쿠팡의 발표대로라면 이번 사태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는 약 0.0091%에 불과해 당초 예상보다 피해 범위가 작은 편이다.
유출이 전직 직원의 기기에 저장되는 수준에 그쳤다는 내용은 2차 피해, 특히 정보가 국외로 새어 나갔을 것이란 걱정을 불식시키겠다는 쿠팡의 의도가 엿보인다.
쿠팡이 피의자인 전 직원과 증거인 기기를 찾아 스스로 포렌식까지 한 뒤에 피의자 진술서와 함께 경찰에 임의 제출했다는 사실에 일각에선 "입을 맞추지 않았겠냐" "증거를 오염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경찰 등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의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모두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며 오히려 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찰 관계자는 "쿠팡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철저하게 수사하여 확인 중에 있다"며 "피의자의 실제 작성 여부와 범행에 사용된 증거물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일방적 주장이라 여겨질 수 있는 이번 조사 내용이 추후 있을 경찰 측 결과와 다를 경우, 쿠팡은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국민적 불신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조사 주체인 정부가 내는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자체 발표를 한 게 정부와 국회의 심기를 건드리면서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대외에 알린 것에 대해 쿠팡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쿠팡이 주장하는 사항은 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y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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