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패션 플랫폼 시대'…재무건전성 비상에 회생 적신호
OCO 문 닫고 발란·뉴넥스는 기업 회생…절차 지연도
유동성 악화로 사옥까지 내놔…"플랫폼 업계 재편 예상"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명품, 패션 플랫폼들이 영업 적자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데 이어 회생 절차에 돌입하거나 문을 닫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동안 유례없는 호황을 맞으며 우후죽순 늘어난 플랫폼 업계의 전성시대가 저무는 모습이다.
31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남성 패션 플랫폼 OCO는 지난 23일 회원을 대상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전달했다.
OCO는 "당사는 내부 운영 사정에 따라 2026년 2월 28일을 마지막으로 OCO몰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며 "서비스 종료일 이후에는 상품 구매는 불가능하며, 일부 고객지원(반품/교환 및 환불) 업무에 한해 2026년 3월 15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OCO는 금강제화그룹 김성환 회장의 장남 김정훈 전 금강제화 부사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플랫폼이다. 제2의 무신사를 표방하며 크라우드 펀딩까지 받은 받은 바 있다. 2019년 론칭 이후 약 5년 만에 결국 문을 닫은 것.
패션 플랫폼 뉴넥스(옛 브랜디),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은 기업 회생을 진행 중인 가운데 그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달 뉴넥스에 대한 회생채권·회생담보권의 조사 기간을 한 달가량 연기했다.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은 내년 1월 5일에서 23일로 변경했다.
2014년 설립된 뉴넥스는 여성 의류 쇼핑몰 브랜디로 시작해 동대문 패션 도매상의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는 풀필먼트(물류 종합 대행) 사업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과다한 초기 투자 비용 지출로 재정 건전성이 나빠졌다. 뉴넥스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306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5억원으로 전년보다 66%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5억 원을 기록했다. 뉴넥스의 기업가치는 510억 원 수준으로 최근 2년간 92% 쪼그라들었다.
뉴넥스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남성 패션 플랫폼 하이버도 지난 9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올해 4월 회생 절차에 돌입한 명품 플랫폼 발란은 기업회생절차의 최종 관문 관계인 집회가 두 차례 연기됐다. 서울회생법원은 발란의 회생계획안 심리·의결을 위한 관계인 집회를 당초 이달 중순 열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 15일로 미뤘다.
발란의 회생계획안 제출 이후 관계인 집회 일정이 연기된 것은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1월 20일에서 이달 18일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관계인 집회는 회생계획안에 대해 채권자 및 주주 등 이해 관계인들의 동의를 얻는 절차다.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발란의 회생 절차는 종결된다. 현재 아시아 어드바이저스 코리아(AAK)가 발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동성 및 재무건전성 악화로 경고등이 켜진 플랫폼이 다수다.
젠테는 올 4월 감사보고서를 통해 "당사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보고기간 후 유동성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인원 감축을 통한 고정비 지출 축소 △부동산 매각 및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계획 수립 등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젠테의 지난해 78억 88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는 유동자산 239억 2300만 원을 초과했으며 누적결손금은 170억 2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젠테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압구정 사옥마저 내놨지만 반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로 불리던 1세대 명품 플랫폼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악화한 상황이다.
머스트잇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79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9억 원으로 전년 250억 원보다 52.2% 줄었으며 84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트렌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402억 원) 대비 48% 줄어든 207억 38만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전년(32억 원) 대비 소폭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가 투자마자 얼어붙어 플랫폼 업계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다"며 "중소 업체의 난립으로 성장 여력이 마땅치 않은 기업은 정리되는 등 향후 업계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jinny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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