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알도 호환돼'…젠틀몬스터·블루엘리펀트, 제품 비교해 보니

"99.94% 유사성 확인"…제품·브랜딩 모방에 법적 대응
"민·형사 고소" 법적 대응 및 수사 진행…가압류 조치도

젠틀몬스터가 블루엘리펀트를 대상으로 제품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민형사 고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양 사간 제품 비교 모습.ⓒ 뉴스1/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제2의 젠몬'이라고 불리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젠틀몬스터는 블루엘리펀트가 자사 제품 30여 개를 카피했다는 주장이다.

젠틀몬스터 운영사 아이아이컴바인드는 23일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3D 스캐닝 분석 결과 99.94% 유사…안경 알 호환도 돼"

현장에서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의 일부 아이웨어 제품을 나란히 놓고 직접 살펴본 결과 육안으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유사했다.

안경렌즈와 렌즈를 감싸는 프레임인 '림', 좌우 렌즈를 연결하는 '브릿지', 안경 다리를 구성하는 '템플'과 '엔드피스', '노즈패드' 등 아이웨어의 주요 구성 요소 전반에서 유사한 설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로고를 가린 상태에서 외관만으로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임을 식별하기 쉽지 않은 모델만 33종으로 확인됐다.

젠틀몬스터는 보다 구체적인 비교를 위해 전문 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3D 스캐닝 분석 결과도 공개했다.

2021년 8월 출시된 젠틀몬스터의 JEFF 모델과 2023년 3월 출시된 블루엘리펀트 제품 간 유사도는 99.9441%에 달했다. 이 외에도 최소 30여 개 제품에서 95~99% 수준의 유사도가 나타났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3D프린터가 수십만 개 점을 찍어 기술적으로 유사성을 증명하는데, 양사 제품 간 점의 위치가 거의 같았다"며 "33개 제품 중 13개가 99% 이상 유사하며 심지어 두 브랜드 제품의 렌즈도 호환이 가능해 갈아 끼울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젠틀몬스터에 따르면 '데드카피' 제품은 최소 30개에 달한다. 해당 제품들은 최소 약 5개월의 간격을 두고 출시돼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온라인상에서는 '두 브랜드의 제품이 같은 공장에서 생산됐다'는 허위 사실이 퍼지면서 자매 회사, 자매 브랜드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하기도 했다.

젠틀몬스터 파우치(왼쪽)와 블루엘리펀트 파우치 모습.(젠틀몬스터제공)
젠틀몬스터 "디자인 모방으로 피해 상당"…법적 대응 및 수사 진행

젠틀몬스터는 현재 블루엘리펀트를 대상으로 디자인 무효 심판을 비롯해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피해 보전을 위한 가압류 조치 역시 취해진 상태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12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피해 보전을 위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10월에는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안경 뿐만 아니라 파우치 디자인에 대해서도 지난 3월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청구했으며 현재 심결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2월 젠틀몬스터가 공개한 파우치 제품과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이 약 2년 뒤 블루엘리펀트 대표 명의로 출원∙등록된 바 있다.

2021년 오픈한 젠틀몬스터 상해 매장과 2024년 오픈한 B사 명동 매장의 경우 조형물의 형태와 배치 등 공간 연출 방식도 유사했다.

실제 젠틀몬스터는 하나의 디자인이 제품으로 완성되기까지 디자인, 개발, 양산 인력을 포함해 5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디자인 구상 단계부터 양산까지 평균 13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반면 3D 스캐닝 등으로 모방해 제품을 생산할 경우 한 달 이내의 짧은 기간 안에 유사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디자인 구상에서 양산까지 평균 13개월이 걸릴 정도로 하나의 제품을 제작하는 데 수많은 구성원의 노력과 시간, 비용이 투입된다"며 "브랜드 정체성과 창작의 결과물을 모방해 소비자 혼선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 강조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