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유통 결산]③ 물가 폭등 속 배달앱 규제 강화…법제화 여부 주목

온플법 이어 '수수료 상한제' 수면 위…업계 논의 치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변곡점…내년 초 논의 재개

편집자주 ...올해 유통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K-푸드'와 'K-뷰티'의 글로벌 인기 속에서 세계 시장 확장에 속도를 냈지만, 홈플러스와 1세대 e커머스가 몰락하는 등 업종 간 대비점을 보였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고, 배달앱 역시 수수료를 둘러싼 문제가 1년 내내 계속됐다. 식품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적 악재에 원가 상승까지 더해져 가격 인상 압박이 심했고, 외식 물가 역시 최고치를 기록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 한 해였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올해는 물가 폭등 속에서 '배달앱 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며 배달 플랫폼 업계가 긴장한 해였다.

1년 동안 입법 추진에 가속과 브레이크를 반복했지만, 최근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또 다른 변곡점을 맞았다. 내년에는 '수수료 상한제' 입법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시작은 '온플법' 도입…정부여당 vs 업계 논의 치열

올해 초 정부여당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앱 3사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을 추진했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과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해 자영업자 및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다.

현재 자영업자들은 배달 플랫폼 업체에 주문 금액의 2~7.8%(부가세 별도)의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온플법 제정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지난 2월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출범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하지만 출범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 논의에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수수료율에 대한 기업과 점주들의 의견 차이가 커 논의가 공전된 탓이다.

점주들은 현재 수수료율 수준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단체인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는 1만 원의 음식 주문이 들어오면 3000~4000원을 배달료 및 중개수수료로 지불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배달앱 중개 수수료와 관련해 시장 자율 원칙을 강조했던 전임 윤석열 정부와 비교해 '선명성'을 부각해야 하는 만큼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법안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반면 배달 플랫폼 기업들 사이에선 법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민간 기업에 직접 개입해 구체적인 수수료율을 법으로 정한다는 건 시장경제 체제와 반대된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결국 더불어민주당이 정한 협상 시한(7월)을 넘길 때까지 합의안 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트럼프 말 한마디에 '브레이크'…'수수료 상한제' 수면 위로

그러던 중 변수가 생겼다.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 규제를 도입한 국가에 대해 상당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해당 발언은 유럽연합(EU)이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 등을 견제한 것이지만, 그동안 미국 정부가 한국의 온플법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나타낸 만큼 한국 역시 미국 정부의 칼날 앞에 섰다는 해석이 많았다.

당시 한-미 정상회담에선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공식 의제로 오르진 않았지만,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규제의 부당성과 추가 관세 방침을 직접 언급한 만큼 국회의 온플법 입법 추진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자 논의는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독과점 행위를 사전에 규제하는 '독점규제법'과 플랫폼·입점업체·자영업자 사이의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거래공정화법'으로 나뉘는데, 여당은 미국과 직접적인 마찰이 없는 '거래공정화법'을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거래공정화법은 '배달앱 이용료 경감'이 핵심으로, 배달 플랫폼이 영향을 받게 됐다. 특히 이때부터 국회에 '수수료율 상한제'를 추진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면서 기존 온플법보다 수위가 더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업계는 인위적인 수수료 상한제가 시장의 자율성을 해쳐 배달 시장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배달앱·입점업주·소비자·배달원 등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다. 또 기존 공정거래법·외식산업진흥법에서도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고 있는 만큼 이중 규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라이더 등 관련 직종 종사자들까지 반대에 나섰다. 현재 배달비는 한 건당 약 3000~4000원의 일정액이 적용되는데, 이용료의 상한선을 정하면 수수료·광고비 등 다른 비용이 늘어날 경우 그만큼 배달비가 줄어들어 피해가 커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치킨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소비자 가격 인상 대신 배달 가격을 인상하는 '이중 가격제' 도입이 확산되는 등 여파가 커지면서 논의가 더욱 복잡해졌다. 소비자에게 배달 가격을 떠넘기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진 것이다.

결국 8월 말 시작됐던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 논의도 시각차가 커 공전됐다. 이후에도 국정감사 및 예산 결산 시즌을 맞아 회의가 점차 순연되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되기도 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변수…내년 초 본격 논의할 듯

하지만 최근 기류가 다시 달라졌다. 11월 말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배달앱 등 플랫폼이 생활 필수 인프라가 된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를 플랫폼사에만 맡겨도 되는지의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역시 다시 주목받고, 법제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업계와 정치권 및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자체가 크게 높아지면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정치권에선 쿠팡 사태가 마무리되는 내년 초 상한제 관련 논의가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수수료율 수준이 과도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일단 최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을 법으로 정하겠다는 것으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로 인한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문제다. 극약처방보다는 시장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