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잇 운영' 라포랩스, SK스토아 인수 '득일까 독일까'

모바일 퀸잇·홈쇼핑 SK스토아, 인수 시너지 기대
덩치 4배 큰 회사 인수…자금 확보·직원 융합 우려

서울의 한 SKT대리점. 2025.11.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에 나선 가운데 업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TV 채널의 한계를 모바일이 보완하면서 양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시각과 함께 일각에서는 라포랩스가 자사보다 덩치가 4배가량 큰 회사를 무리하게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SK스토아 매각 안건을 상정해 승인했다. 이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라포랩스와의 본계약 체결도 임박한 상황이다.

앞서 라포랩스는 SK스토아 매각을 추진 중인 SK텔레콤 사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TV·모바일 상호보완 시너지…4050 라이프스타일 멀티 채널 구축

라포랩스는 4050세대가 주 타깃층인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 중이다. 퀸잇의 전체 사용자는 △40대 26% △50대 48% △60대 이상으로 중장년층 비중이 높다.

퀸잇은 서비스를 개시한 2020년 9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누적 거래액이 약 1조 5000억 원, 누적 주문 건수는 2500만 건에 달한다. 11월 기준 입점 브랜드 수는 8000여 개로 2022년 기준 700여 개에서 크게 늘었다.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는 누적 5000만 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950만 건에 이른다.

신장률로만 보면 이달 기준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 구매고객 수는 58%, 판매량은 55% 증가했다.

퀸잇(모바일)과 SK스토아(홈쇼핑)는 주 고객층이 4050세대로 같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

양사는 공동 마케팅 및 프로모션을 통해 퀸잇의 월 280만 이용자를 홈쇼핑 방송으로 자연스럽게 연동할 수 있다. 모바일로 유입된 4050 고객을 방송 시청 및 구매까지 연결함으로써 TV 방송 주문량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것.

이는 TV 채널의 한계를 모바일이 보완하는 구조에 있다. 홈쇼핑은 방송 종료 후 판매가 중단되지만 모바일 앱(퀸잇)에서는 방송 이후에도 인공지능(AI) 추천, 콘텐츠, 퍼포먼스 마케팅을 활용해 온라인에서 지속적인 노출과 판매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SK스토아는 재고 소진 효율성을 높이고 상품 판매 기간을 확장할 수 있다. 퀸잇은 홈쇼핑사가 엄격하게 검증한 고품질 상품을 안정적으로 수급함으로써 상품 큐레이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 라포랩스는 지난 2년간 SK스토아를 포함해 7개 홈쇼핑사와 협력하며 TV 중심의 홈쇼핑 구조가 퀸잇의 모바일 역량과 결합할 때 높은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라포랩스에 따르면 홈쇼핑이 가진 검증된 상품에 퀸잇의 4050 타깃 마케팅, AI 개인화 추천이 더해지며 2025년 기준 퀸잇 내 홈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64% 증가했다. 일부 홈쇼핑사는 최대 5배까지 성장했다.

홈쇼핑 상품을 통한 신규 고객 유입도 전년 동기 대비 55% 늘었다. 판매되는 홈쇼핑 상품 수 역시 203% 확대됐다.

(퀸잇제공)
라포랩스, 퀸잇 리브랜딩 이어 SK스토아 인수…4050 플랫폼 선도

퀸잇은 이번 인수에 앞서 리브랜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4050세대를 위한 패션 플랫폼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브랜드의 종적·횡적 확장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고객의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도약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퀸잇은 광고 전문가를 영입해 로고 개편, UX·UI 개선 등 시각·언어적 변화를 꾀했다.

SK스토아 인수 역시 리브랜딩 작업 및 업계 선도 지위 구축을 위한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TV 중심의 홈쇼핑 구조와 퀸잇의 모바일 경쟁력을 결합해 4050 고객에게 더 넓은 경험과 선택지를 제공하며 멀티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고 설명했다.

재무 여력·직원 융합 등 우려의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체급 차이로 인한 재무 구조와 조직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SK스토아 몸값은 1000억 원 안팎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606억 원이다. T커머스 업계 1위 SK스토아는 지난해 매출 3023억 원, 영업이익 73억 원을 달성했다.

라포랩스의 지난해 매출은 711억 원, 영업이익은 81억 원, 당기순이익은 44억 원이다.

라포랩스는 외부 벤처캐피탈(VC) 투자로 600억 원, 1금융권 인수금융으로 300억 원가량을 조달한 뒤 나머지는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라포랩스는 인수자금을 포함해 약 1800억~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라포랩스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14억 원, 예적금 등 단기금융상품은 340억 원을 보유해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SK스토아 직원들과 라포랩스 직원들 간 화학적 결합도 문제다. SK스토아 노동조합은 최근 SK텔레콤의 매각 결정에 반발하며 쟁의행위에 돌입한 바 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인수가 성사돼도 두 회사는 별도 운영되며 고용은 기존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