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초강수 쇄신 인사 단행…실적 개선·사업 혁신 고삐 죈다
2025년~2026년 임원인사서 CEO 41명 교체…3분의 2 수준
롯데쇼핑 사내이사 복귀 후 유통·식품 실적 개선 의지 표명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회초리는 올해도 매서웠다.
롯데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유통과 식음료 핵심 계열사 인사를 대거 물갈이하면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비상경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거버넌스 체계 개편과 핵심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인적 쇄신 인사로, 조직 혁신을 통한 고삐 죄기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유통 등 주요 계열사 CEO 20명을 교체하는 초강수를 단행했다.
특히 그룹 핵심축인 유통을 향한 칼날이 매서웠다.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롯데웰푸드, 롯데GRS의 수장 교체와 유통군HO, 식품군HQ 폐지 등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가 골자다.
롯데백화점 새 수장으로 정현석 롯데아울렛사업본부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위기 구원투수'로 꼽힌다. 2000년 롯데 공채로 입사해 롯데백화점 영업본부, 롯데마트 DP 사업본부, 롯데아울렛 대표까지 리테일 분야 전반에서 활약했다.
무엇보다 유니클로 부활에 주역으로 꼽힌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No Japan)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2020년 정현석 체제 출범 후 본격 반등해 2022회계연도 영업이익은 116.8%나 늘었다. 지난해엔 매출 1조 원대를 회복했다.
업계 1위인 롯데쇼핑은 최근 실적에서 고전하며 왕좌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1~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 2165억 원(-2.8%), 영업이익 3194억 원(-2.0%)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식품도 실적 반등과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1~3분기 누적 매출액은 3조 1962억 원(+4.0%)으로 영업이익은 32.1%(1200억 원)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도 누적 매출액(-0.8%) 하락 속 핵심사업인 음료(-4.6%), 주류(-7.4%) 등 고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웰푸드 신임 대표로 서정호 혁신추진단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서 부사장은 전략통으로 꼽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프로세스 엔지니어로 시작해 삼성코닝정밀소재 기획그룹장, 두산 기술전략 부문장, 두산솔루스 COO, 한국앤컴퍼니 부사장을 지냈다.
올해 7월 롯데웰푸드 혁신추진단장으로 합류한 뒤 경영진단과 비즈니스 트랜스포메이션(BT)을 이끌어 왔다. 기존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익성 개선·신사업 발굴 등 중장기 성장 전략을 총괄한다.
반면 롯데GRS는 이원택 경영전략부문장(전무)을 신임 대표로 파격 승진했다. 이 전무는 2002년 롯데GRS에 입사해 마케팅·영업·베트남 주재원·마케팅부문장 등을 두루 거친 내부 전문가다.
롯데GRS는 지난해 매출 9954억 원(+7.7%)으로 1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영업이익도 87.6%, 당기순이익 역시 2096.4% 뛰었다. 롯데GRS를 이끌어온 차우철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해 롯데마트·롯데슈퍼 대표이사로 이동한다. 성과 중심 인사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하나의 핵심은 유닛(BU·Business Unit), 헤드쿼터(HQ·HeadQuarter) 등 9년간 유지한 사업 총괄 체제 폐지다. 각 계열사가 독립된 이사회를 중심으로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한 가운데 롯데 측은 "유통이 그룹의 주요 사업축으로 책임경영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는 올해 고강도 쇄신을 강조했다. 지난 7월엔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를 이례적으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 가운데 1월 VCM에선 계열사 전반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핵심 사업의 경쟁력 저하'를 지적하며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경고도 했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해 CEO 21명, 올해 20명으로 2년 새 3분의 2가 교체된 것은 고강도 인사 쇄신을 통한 혁신 의지이자 메시지"라면서 "속도감 있는 조직문화를 위한 체제변화, 이사회 중심의 빠른 대응 등 롯데가 턴어라운드에 대해 절실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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