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패션업계, 불황에 고환율까지…ODM사 '3高'
면화 등 원부자재 수입 70% 이상…달러 기준 결제로 고환율 리스크
내수 대비 수출 비중 업체·ODM, 환차익 기대 불구 美 관세는 부담
- 김명신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패션업계가 불황에 따른 업황 장기화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환율 강세까지 이어지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패션 대기업의 경우 주요 생산지가 중국, 베트남 등으로, 원자재 수입 비중도 높아 환율 변동성에 대한 대응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나 ODM사는 미국 상호관세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원가 부담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1472.4원으로 마감했다. 1470원대를 횡보하고 있지만 최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올해 4월 8일 1480원대(1486.1원)를 넘어선 바 있어 재돌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주요 패션업체의 경우 면화 등 원부자재 수입 비중은 약 70%로, 주로 국내가 아닌 베트남, 중국 등 글로벌 공장 생산되면서 대금 정산 등 달러 기준으로 적용돼 고환율 리스크가 크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0.82(2020년=100)로 올해 1월(120.18) 대비 0.53%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 원재료 비용이 늘면서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패션 대기업의 경우 국내 명품 수요 대응을 위해 수입 브랜드를 확대하면서 환차손익에 따른 수입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10월 수입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1.9%(138.17)나 올라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수입 브랜드 관련 환율 상승분에 대해 브랜드 본사와 원가 협상과 매입 물량 조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환헤지 등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ODM사의 경우엔 환율에 관세 부담까지 이어진다. 패션 ODM사 1위인 한세실업은 미국 매출 비중이 85%로, 상호관세(15%) 대응도 나서야 한다. 한세실업은 미국 텍솔리니 공장 현지 생산과 베트남, 과테말라, 니카라과 등에서 주로 생산한다. 한세실업 측은 "관세 부담은 원칙적으로 바이어 부담이지만 향후 사업 협력차원에서 관세를 일부 부담할 수 있다"면서 "브랜드별로 개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환율 여파는 온도차가 있다. 수출 비중에 따른 환차익으로 원가 부담을 상쇄할 수 있어서다. 주문부터 생산, 수출까지 3~6개월 이상 소요되면서 원부자재 구입 당시 환율보다 제품 출하 시기 환율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원·달러 효과가 매출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환율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에 따른 납품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경쟁력 하락 우려도 나온다. 해외 물류비 등 달러 결제 기반 비용 또한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순이익 증대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한세실업 측은 "매출과 원가 모두 달러로 거래하고 있어 환율 변화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다"면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시 환율 리스크 반영과 이에 대한 대응책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F&F나 미스토홀딩스, 코오롱FnC 역시 수출 비중을 늘리면서 관세나 환율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스토홀딩스 역시 "환산손익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지만 환율 흐름이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수출 회복 속도 등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계보다 환율 부담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해외 공장 생산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발주 비용 증가도 이어진다"면서 "불황 장기화로 가격저항선이 높은 상황에서 제품가 인상은 쉽지 않다.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내년 실적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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