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장기화에 대형마트 비상…환율 리스크 상쇄 총력
원화 가치 추락에 수입 식재료 10~20% 상승 예상
물량 비축·대체재 확보·사전계약…"소비자 부담 낮출 것"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 식재료 원가 상승 위기를 겪는 대형마트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물량 비축, 대체재 확보, 장기·사전 계약 등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부담 낮추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간 거래 장중 원-달러 환율은 1476.6원을 기록하며 미국 관세 인상 우려가 고조된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 만에 원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 대형마트가 수입하는 식재료의 원가를 높여 최종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산 소고기(냉동 갈비) 소비자 가격은 100g당 4435원으로, 평년(3718원) 대비 19.3% 상승했다. 도축 물량 감소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가령 대형마트는 수입산 소고기의 경우 판매 시점보다 약 3개월 앞서 물량을 준비하는데, 최근의 환율 급등세가 내년 초까지 소비자 가격에 추가 반영될 수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최근의 고환율 여파로 수입 농축수산물 판매 가격이 약 10~2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량 비축 △수입처 다변화 등 대체재 확보 △장기·사전 계약 등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물량 비축'은 대표적인 대응책이다. 환율 상승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시점에 상품을 대량으로 비축해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상하기 쉬운 신선식품보단 주로 보관이 가능한 냉동육 상품을 대상으로 사전 비축량을 최대한 늘리는 추세다.
이마트는 환율 상승 전 냉동육 5~6개월 치를 사전 확보했으며, 냉장육은 시세가 안정되면 확대할 예정이다. 또 아몬드·냉동과일·올리브유 등 주요 원물도 1년 치 연간 수매 계약으로 조달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현재 냉장이 90%, 냉동이 10%인 돈육 판매 비중을 바꿔 냉동 품목 물량을 늘리고 있다.
강달러로 비싸진 상품의 '대체재 확보'도 추진 중이다. 롯데마트는 달러 상승으로 미국산 소고기 가격이 오르자 지난 7월 사전 계약을 통해 호주산 소고기 물량을 전년 대비 약 20% 늘렸다. 이마트도 기존 미국산 소고기 외에 아일랜드산의 신규 운영을 검토 중이며, 홈플러스는 덴마크산 냉동 삼겹살 신상품을 출시했다.
'장기·사전 계약'도 환율 영향을 덜 받아 고환율 시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롯데마트는 7월부터 칠레 연어 지정 양식장을 운영하며 시세 대비 15% 저렴하게 연어 원물을 사전 계약했다. 홈플러스도 노르웨이산 연어 및 베트남 바나나를 연간 단위 장기계약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페루·에콰도르산 흰다리새우는 시세가 낮을 때 선제 계약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지금의 강달러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가공식품의 수입산 원재료도 환율 상승에 따라 소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강달러가 지속될수록 전반적인 물가가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수입물가지수는 138.17로 전월보다 1.9% 상승했다. 이는 올해 1월 이후 가장 큰 폭이며 4개월 연속 상승세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시차를 두고 수입가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소비자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환율이 잡히지 않고 있는 만큼 1500원 이상 올라가는 경우도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수입품 비중을 줄이고 국내산 상품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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