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창고형 할인점'…마트 시장 양분하는 코스트코-이마트
매장 20곳 불과한 코스트코…이마트·롯데보다 실적 우세
존재감 커진 이마트 '트레이더스'…업황 어려운데도 성장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용량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쇼핑의 강세로 오프라인 쇼핑 시장이 축소되고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오히려 약진하면서 대형마트업계 판도를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2025 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기준 매출은 7조 32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545억 원을 기록해 16.5% 늘었다.
국내에 코스트코 점포가 20곳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성과다. 국내 점포가 112곳인 롯데마트의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2024년 10월~2025년 9월) 연간 매출은 5조 1467억 원으로, 코스트코와 비교해 약 2조 원 적다.
같은 기간 이마트 할인점(대형마트)은 연간 매출이 11조 5852억 원으로 코스트코보다 많지만, 영업이익은 119억 원으로 약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멤버십 회원이 아니면 입장조차 못 하는 해외 마트가 한국에서 국내 기업에 크게 앞선 것이다.
코스트코의 성공 요인은 창고형 할인점이라는 사업 형태에서 온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크다. 경기 불황 및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고객들이 몰리는 것이다.
창고형 할인점은 일반 대형마트와 비교해 적은 수의 상품을 취급하고 이를 대량으로 매입해 대용량으로 판매한다. 상품도 박스 또는 팔레트 단위로 진열하는 등 매장 운영을 간소화해 운영 비용을 아낀다. 이를 통해 원가를 최대한 낮출 수 있고, 그만큼 소비자 가격도 낮아진다.
국내에선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10월 트레이더스 전체 점포의 매출 신장률은 8.1%로 전체 사업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본업인 할인점(대형마트)의 매출 신장률은 0.6%다.
트레이더스는 실적도 꾸준히 상승하며 이마트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추세다. 트레이더스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127억 원으로 할인점(986억 원)에 앞서 전체 사업 중 1위다. 이는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영업이익(별도 기준·2624억 원)의 43%에 달한다.
최근 오프라인 쇼핑 시장은 쿠팡 등 온라인의 강세로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고물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창고형 할인점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3조 5495억 원이었던 트레이더스의 연간 매출액이 내년에는 4조 967억 원으로, 2년간 약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마트도 트레이더스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다. 이마트 할인점(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6년 147곳에서 올해 3분기 133곳으로 9년 동안 14곳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트레이더스는 11곳에서 24곳으로 늘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당장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4일 개점한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오픈 당일 매출 20억 원을 올려 신기록을 달성했고, 9월 5일 개점한 인천 구월점은 당일 매출 30억 원으로 신기록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이마트에 따르면 구월점은 개점 이후 11월 19일까지 매출 달성률이 180% 이상으로 초과 실적을 달성하고 있으며, 이 기간 매출도 하남점을 넘어 전체 매출 1위 점포가 됐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온라인에 밀려 점점 위축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창고형 할인점을 보유한 코스트코와 이마트가 성장세를 지속할 경우 향후 국내 대형마트 시장을 양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고물가로 인한 소비 위축에 쿠팡 등 온라인과의 경쟁 격화까지 겹치며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이와 똑같은 상황인데도 오히려 성장세가 크다"며 "소비자 수요가 지속되면서 몇 년 후에는 업계 구도가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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