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이상 써야"…높아지는 백화점 VIP 문턱

현대백, '최상위 등급' 신설…롯데백도 적립 금액 상향 조정
'최상위' 가입자 수 제한·혜택 차별화로 프리미엄 모객 경쟁

모델이 약 38캐럿의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목걸이를 바라보는 모습. (롯데백화점 제공) 2024.12.1/뉴스1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불황에 따른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초프리미엄 선호인 베블런(veblen) 효과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백화점 VIP(우수 고객) 매출이 전체 매출 비중에서 절반을 넘어서면서 '큰 손'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VIP 매출은 매년 증가세로, 백화점마다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를 위해 새로운 등급 도입과 세분화에 따른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최상위 등급 기준 금액 상향 조정과 가입수 제한 등 초프리미엄 VIP 확보에 따른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2026년 우수고객 선정 기준에서 새로운 최상위 등급 신설과 기준 금액 확대를 적용한다. 신세계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은 기존 등급을 유지하면서 일부 혜택을 변경한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2월 1일부터 2027년 1월 3일 적용되는 2026 VIP 프로그램에 '최상위' 신규 등급을 신설한다. 등급 명칭은 논의 중으로, 적립 금액 최상위가 대상이다. 기존에 가장 높은 등급인 '자스민 블랙'이 연간 1억 5000만 원으로, 해당 금액 이상 고객이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스민 블루'는 1억 원 이상, 자스민은 6500만 원이상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년부터 최상위 기준의 신규 등급을 신설할 예정이다"며 "구매 금액은 물론, 내점일수, VIP 선정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방침으로, 주요 혜택과 서비스는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VIP 프로그램 등급 선정 기준을 개편한다. 기존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을 '최상위 777명'으로 한정한다. 한 단계 아래인 '에비뉴엘 에메랄드'가 기존 1억 원에서 1억 2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는 가운데 에비뉴엘 블랙은 에메랄드 이상 적립 금액 기준이 대상이다.

'에비뉴얼 사파이어'(8000만 원 이상) 등급도 새롭게 도입된다. 기존 '에비뉴엘 퍼플'(5000만 원 이상)과 에비뉴엘 에메랄드 사이 신규 등급이 신설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최상위 999명'으로 제한한 최상위 등급인 '트리니티'와 1억 2000만 원 이상인 '블랙 다이아몬드', 7000만 원 이상의 '다이아몬드'. 5000만 원 이상인 '플레티넘' 등 기존 7개 등급을 유지한다. 다만 1000만 원 이상의 '블랙'은 '에메랄드'로 변경된다.

갤러리아는 PSR 블랙의 경우 최상위 0.1%다. PSR 화이트는 1억 2000만 원 이상, 파크제이드 블랙은 7000만 원 이상, 파크제이드 화이트는 5000만 원 이상 등이다. 갤러리아 명품관의 경우 현재 기준 상위 10% 매출이 전체 매출 75% 차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우수고객 프로그램)

백화점마다 VIP 확보에 주력하는 배경으로는 고객 충성도가 손꼽힌다. 적립 금액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VIP 최상위 등급 가입 수가 증가하면서 세분화하는 추세다.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사만의 모객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999명', '777명', '0.1%'의 제한이 단적인 예다. 이번에 현대백화점이 '최상위 신설'에 나선 배경이다.

실제로 갤러리아백화점 최근 5년 VIP 매출 비중 추이에서 보면 2020년 42%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51%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의 VIP 현황에서도 2020년 35%였던 비중은 지난해 45%로 증가했다.

백화점 통합 4사 전국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의 경우 올해(1~10월) 기준 VIP 매출 비중 52%로, 매출액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8.5%나 증가했다. 특히 지난 7일 기준 올해 누적 매출액이 3조 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연매출을 뛰어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조기 달성의 주요 요인으로 신규 VIP 유입에 따른 매출 증가를 꼽았다. 2023년 첫 3조 원 돌파 당시 VIP 비중은 49.9%였다. 올해 VIP 중 엔트리 등급인 레드(500만 원 이상) 고객의 수가 10%가량 성장세를 보이면서 향후 우수고객 확보에 긍정적인 시각이다.

업계 2위로 올해도 매출 3조 원 돌파가 예상되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VIP 매출 역시 1월~10월 기준 두 자릿수에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이 가장 높은 판교점, 압구정본점 등을 중심으로 VIP 실적도 증가세다.

VIP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우수고객 혜택도 강화한다. 롯데백화점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현금성 리워드인 '에비뉴엘 포인트' 지급과 PSR(퍼스널 쇼핑 라운지) 리뉴얼을 통한 서비스 등 혜택을 제공한다. 롯데백화점은 "'단 777명 선정' 개편안은 희소성 카드로, 매출의 핵심을 차지하는 이들을 위해 단순한 쇼핑을 넘어 '특권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세일리지(10% 할인)와 라운지, VIP스페셜 마일리지, 어퍼하우스'(블랙 다이아몬드 이상 고객) 등을 제공하며 현대백화점은 2030 혜택을 집중한 '클럽 YP'를 기존 39세 이하에서 45세로 확대한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다이닝 초청행사 등 최상위 VVIP 프라이빗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지점에서 VIP의 매출 비중과 신규 유입이 확대되는 추세로, 충성도 높은 우수고객 확보가 백화점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구매력도 높아지면서 기준 금액 상향 조정에 따른 세분화로 프리미엄을 넘어선 초프리미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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