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 장기화…반사이익 누리는 이마트·롯데마트

폐점 홈플러스 인근 이마트 매출 전년比 26~40%↑
인수합병 절차 난항…폐점 확대시 반사이익 커질 듯

인천 계양구 홈플러스 계산점의 모습. 2025.9.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점포가 폐점된 지역에 이마트 등 경쟁 대형마트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유동성 위기인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장기화될 경우 경쟁사들이 얻을 반사이익을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9월 홈플러스 안산 선부점이 폐점하자 인근의 이마트 안산 고잔점의 10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폐점한 홈플러스 부천 상동점 인근의 이마트 부천 중동점도 10월 매출이 35% 늘었으며, 8월 폐점한 홈플러스 대구 칠곡 내당점 인근의 이마트 경쟁 점포도 10월 매출이 26% 증가했다.

홈플러스 점포가 문을 닫자 기존 고객들이 인근의 이마트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 홈플러스 인근 이마트 점포의 10월 매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이마트 전체 점포의 매출 증가율(16%)을 크게 뛰어넘는다.

인천 계양구 홈플러스 계산점의 모습. 2025.9.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홈플러스는 임대료 인하 협상에서 난항을 겪은 15개 점포를 연내에 추가로 폐점하기로 했지만,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폐점을 보류하고 추후 정해질 매수자에게 폐점 여부 결정을 맡기기로 했다.

다만 현재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 두 기업 모두 재무 상태가 부실한 중소기업인 데다 유통업 경험도 없다. 이 때문에 자산가치가 2조 원 이상인 홈플러스 인수가 실제로 진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인수 진행 상황에 따라 처음에 폐점을 결정한 15곳 등 나머지 점포도 폐점될 가능성이 있다. 통상 대형마트 상권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형성된 만큼 이들 지역에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다른 경쟁사 매장의 상권도 겹친다.

업계는 홈플러스 추가 폐점이 이뤄질 경우 안산·부천·대구 사례처럼 고객들이 이동해 이마트·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업계는 당장 4분기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이마트 할인점 사업(대형마트)의 경우 오는 4분기 영업이익이 85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폐점 후보 점포들을 중심으로 정상 매장이 축소되고 제조사 브랜드(NB) 상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영업력 약화에 따른 경쟁사의 반사 수혜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 푸드 마켓 라이브 강서점이 '홈플런 NOW' 첫 날을 맞아 쇼핑을 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7/뉴스1

이 같은 경향은 홈플러스 매장 수가 줄어들수록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최근 홈플러스는 전기요금에 이어 종합부동산세 등 700억 원 규모의 세금도 미납 중으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폐점 수순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3분기 기준 홈플러스 매장 수는 123곳으로 이마트(133곳)에 이어 업계 2위인데, 추가 폐점이 가속화되면 현재 3위인 롯데마트(112곳)와 자리를 바꿀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마트·롯데마트의 반사이익 규모도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12월 29일로 연장된 상태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 등은 실사를 거쳐 오는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사이 추가 입찰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를 거쳐 다시 정상화된 기업은 각종 조정과 개선이 이뤄지기에 체질이 크게 개선된다"며 "이번 회생절차가 종료되면 안정적인 재무 기반과 미래 성장 동력을 갖춘 건강하고 유망한 유통기업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