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속도 붙은 식품업계…중책 맡는 3세 늘었다
글로벌 전환 가속 속 3세 경영 전면 배치…체질 변화 압박 커져
내수 정체·K-푸드 성장 맞물리며 젊은 리더십 역할 확대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식품업계 전반에서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축이 이동하고 미래사업 발굴 속도가 중요해지면서 주요 식품기업들이 잇따라 3세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상무가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2년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고속 승진이다.
전 상무는 1994년생으로 창업주 전중윤 전 삼양식품 회장의 손자이자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의 장남으로 글로벌 사업과 브랜드 부문을 중심으로 경영 경험을 쌓아왔다.
SPC그룹도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가속했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은 부회장으로, 차남 허희수 비알코리아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국내 제빵·외식 시장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SPC가 해외 베이커리·디저트 시장 확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젊은 경영진의 주도적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인사이동을 통한 조직 정비도 이어지고 있다. CJ그룹은 지난 9월 장남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을 지주사 CJ의 미래기획실장으로 배치했다. 미래기획실은 CJ의 신수종 발굴과 글로벌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이다.
오뚜기 역시 '3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뚜기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함영준 회장의 장남 함윤식 씨는 입사 4년 만인 지난 4월 마케팅실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처럼 식품업계의 세대교체는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진행돼 왔다. 내수 성장 한계와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기업들이 체질 전환을 서두르면서 젊은 리더십을 경영 전면에 세우는 흐름이 재계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심 역시 지난해 신설된 미래사업실에 오너 3세를 전면 배치했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 전무는 2019년 입사 후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며 농심의 신규 사업 발굴·M&A 전략 등을 총괄하고 있다.
오리온에서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전무가 입사 1년 5개월 만에 상무로 오른 데 이어, 2년 만에 전무로 고속 승진했다. 현재 담 전무는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며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승계 절차가 아니라 변화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재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성숙 국면에 접어든 반면 북미·유럽·동남아 등에서 K-푸드 수요가 확대되면서 주요 식품기업들의 매출 구조가 점차 글로벌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품기업들의 미래성장동력이 기존의 라면·제과·외식 중심에서 벗어나 대체식품·건강기능식품·간편식(HMR) 등 다변화되면서 기업 내부에서도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되고 있다. 신사업은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소비 트렌드가 짧게 순환하기 때문에 젊은 감각이 필수적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제과 등 전통적인 주력 제품만으로는 성장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됐다"며 "해외 M&A, 현지화 전략, 디지털 마케팅 등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하면서 젊은 경영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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