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구 70% 겨냥…코스맥스, 곱슬머리 시장 도전한 까닭은
직모보다 헤어케어 제품 다양…코어링크S 기술로 손상 모발 강화
연평균 10%대 성장세…K-뷰티 위상 업고 선두기업과 협력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 코스맥스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인구 70%에 해당하는 곱슬머리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글로벌 헤어케어 시장에서 프리미엄 기능성 제품을 앞세워 주목받고 있는 K-뷰티 위상을 업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추후 독자적 수요까지 개척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지난달 16일 글로벌 화장품 원료 기업 사이언스코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곱슬머리 전용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사이언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10억 명 이상이 곱슬머리인 것으로 추산된다. 동아시아와 유럽에서는 곱슬머리 인구 비율이 약 20%지만 미국은 40~50%, 중남미는 75%, 아프리카에서는 90%에 달한다.
30년 동안 미국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의 전속 헤어스타일리스트였던 앙드레 워커는 인종별·컬 크기별로 모발 형태를 총 12가지로 분류했다. 일반적으로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가느다랗고 직모에 가까운 모발 형태가 대다수지만 백인이나 흑인의 경우 곱슬머리에 해당하는 인구 비율이 훨씬 높다.
직모는 모발 표면 큐티클이 균일하게 덮여 수분 손실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곱슬머리는 곡률에 따라 큐티클이 갈라진 틈으로 수분과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모발이 쉽게 끊어지고 건조해진다.
그만큼 곱슬머리는 직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헤어케어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다. 샴푸와 트리트먼트 후 컨디셔너나 컬 크림을 따로 도포하거나 에센스, 헤어 오일, 스타일링 젤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영양 공급과 세팅, 보호, 퀵 드라이 효과 제품을 한 번에 제공하는 멀티기능 제품이 인기다.
과거에는 고알칼리성 성분으로 곱슬머리를 직모화시키는 제품이 많았지만 극단적인 모발 및 두피 손상을 유발하는 부작용 때문에 최근 미국과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는 '본연의 컬을 사랑하자'(LoveMyCurl) 캠페인이 확산하면서 컬을 아름답게 유지하는 기능에 관심이 높아졌다.
코스맥스는 다인종 모발에 대한 연구 경험이 풍부한 사이언스코와 협업, 자체 기술인 코어링크-S기술로 끊어지기 쉬운 곱슬머리의 취약점을 해결할 계획이다.
코어링크-S기술은 모발 내부 케라틴 섬유의 끊어진 이황화결합을 다시 연결해 주는 본드 소재로 손상된 모발을 다시 강화하고 스타일링을 오래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된다.
코스맥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해 곱슬머리를 유형별로 세분화한 특화 샴푸와 헤어 제품을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곱슬머리와 두피에 대한 공동 연구를 기반으로 독점 원료도 개발해 독자적 수요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곱슬머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20억 달러(17조 원)로 추정되며 연평균 10~15% 성장세를 보인다. 현재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시어모이스처(Shea Moisture)나 패턴 뷰티(Pattern beauty),로레알의 케라스타즈(Kerastase), 존프리다(John Frida) 등이 곱슬머리 전문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특히 K-뷰티 선호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남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올해 국내 화장품 및 비누류 누적 수출액은 멕시코와 브라질이 각각 약 3000만 달러(43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55.4%, 122.4% 늘었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의 경우 약 1000만 달러(14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헤어케어 제품은 보통 소비자들이 현지 시장에 자리 잡은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편이라 신규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이 난관으로 꼽힌다. 탄탄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모발 형태와 문화가 다른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형 헤어 제품을 선뜻 신뢰하지 못할 수 있다.
코스맥스가 사이언스코와 협력을 도모하기로 한 것은 이 대목에도 있다. 사이언스코는 식물유래의 모발 원료 분야 선두기업인 만큼 연구 개발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한편, 최신 비건·자연주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코어링크-S를 이용해 저자극·비화학적 직모화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곱슬 모발 스타일링 기기와 연계해 보다 빠르고 손상 없이 효과를 지속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다양한 곱슬 모발 특성에 기인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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