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에 철수했지만…신세계免, 인천공항 재입성 '첩첩산중'

경쟁 치열하지만 입찰가 비슷할 듯…관건은 '정성평가'
신세계, '재무 건전성·운영 안정성' 부담…사업 중대 기로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면세점 모습. 2024.10.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신세계면세점이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인천공항에서 끝내 철수했다. 조만간 시작될 재입찰에서 사업권 획득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재무 건전성 등 숙제로 인해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면세점 DF2 권역의 사업권을 반납했다. 지난 2023년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따낸 핵심 구역이라 고심했지만 높은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9월 신라면세점이 반납한 DF1 권역 및 신세계면세점이 반납한 DF2 권역 등 2곳의 사업권에 대해 이르면 연내에 신규 입찰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DF2 철수로 시장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신세계면세점은 낮은 임대료로 다시 운영할 수 있는 이번 입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신세계면세점 입장에선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사업권을 반납한 신라면세점은 물론, 지난 2023년 입찰에서 탈락해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면세점도 절치부심하고 재진입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대면세점과 세계 면세점 매출 1위인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 면세점 소비 패턴 변화로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과도한 임대료로 인해 생겨난 재입찰인 만큼 무리한 입찰 경쟁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업계에선 최근 신라·신세계의 조정 신청에 대해 임대료 25~27%의 인하를 권고한 법원 조정안 수준에서 입찰가 상한선이 형성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의 모습. 2025.9.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써내는 임대료에 큰 차이가 없다면 이번 재입찰에선 재무 건전성, 사업 계획 적정성, 보세구역 관리 역량 등 '정성평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선 사업제안서 평가(정성평가) 60점과 가격 평가(입찰 가격) 40점을 합산해 결정한 바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410억 원)나 급감했다. 실제 상환할 부채가 자본 대비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순차입금비율도 133.25%로, 재입찰에서 경쟁할 호텔신라(63.4%)·호텔롯데(63.1%)보다 높다. 여기에 약 19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인천공항 DF2 철수 위약금 부담까지 더해지면 재입찰시 재무 건전성 악화로 정성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모기업 신세계의 증자·차입 등 자금 수혈이 예상되지만, 신세계도 최근 수년간 대규모 리뉴얼 지출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부담이 있다. 신세계는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낸 지난 2023년에도 1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지난해 말 기준 신세계디에프 출자 금액이 총 7897억 원에 달한다. 만약 모기업의 실탄 지원이 없다면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이 경우 부채 증가 및 이자 부담으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지난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가장 높은 객단가를 써냈지만 정성평가에서 밀려 사업권을 내준 사례가 있었다. 당시 가격 경쟁이 치열했던 DF2 구역에서 가장 높은 객단가를 써낸 건 신라면세점이었지만 공정경쟁 계획서 심사 결과 신세계면세점이 낙찰받았다. 반대로 DF3 구역 입찰에선 신세계가 입찰가격 평가에서 신라보다 23.79점 높았지만, 재무건전성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총점에서 신라에 근소한 차이(2.33점)로 DF3를 내줬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면세점 모습. 2024.10.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사업권을 한번 반납했다는 점도 '안정적인 운영 능력' 부문에서 신라면세점과 함께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8년 임대료 부담으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후 진행된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고, 2023년에도 철수 이력이 발목을 잡아 DF5 구역에서 현대면세점보다 높은 입찰액을 써냈지만 탈락했다.

재입찰에서 사업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신세계는 면세 사업 운영의 중대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 다수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롯데 등과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인천공항점 철수로 시내 면세점인 명동 본점 하나만 남게 됐다. 이 경우 협상력·구매력 유지가 어려워 사업 존속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은 2023년 입찰에서 '패닉 바잉'으로 임대료가 너무 높아 수익성이 없었지만, 적정 수준의 임대료라면 여전히 수익성이 있기에 다들 재입찰에서 과도한 가격을 써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신세계는 간절하고 다른 곳들도 총력을 다할 것이기에 다른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