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패스트푸드 업체에 음식 천천히 만들라는 국회의원
빠른 식사 기대하는 고객 위한 R2P 시스템, 국감서 "없애라" 지적
자동차 회사에 "차 느리게 가게 만들어라" 격
- 이형진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애들 학원 가기 전이라 바쁜데, 패스트푸드가 음식이 빨리 나오니까"
몇 달 전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한 선배와 학생들이 패스트푸드를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의 자녀는 학원 바로 건너편에 있는 패스트푸드 매장을 종종 찾는다고 한다.
빠른 식사 제공과 높은 효율성으로 패스트푸드, 현재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이라고도 부르는 업종은 시쳇말로 '현생이 바쁜' 젊은 소비층에 사랑받고 있다.
한때는 영양 불균형 등을 이유로 비만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겪었지만, 버거 자체로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고루 갖춘 구성에 "감자튀김을 빼면 완벽한 식단"이라는 인식으로 뒤바뀌기도 했다.
20세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패스트푸드는 맥도날드의 '공장식 주방'이 모태다. 현재도 맥도날드는 빠른 식사를 기대하는 고객을 위해 주문 접수 후 90초에서 늦어도 120초 사이에서 제품을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R2P'를 갖췄다.
그런데 지난달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R2P 시스템을 지적했다. "붉은색 경고등만 봐도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다"는 직원의 말을 빌려 '시스템을 없애라'고 요구했다. 급하게 준비하다 보면 화상 등 산재 가능성이 높다는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그러나 시스템을 없애라는 요구는 글로벌 본사의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을 제외하고 봐도 소비자들의 기대를 덜 채우라는 말로 들린다.
빠르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인 업체에 "음식을 천천히 만들어도 되도록 하라"는 주장이다. 이는 자동차 회사에 '안전을 위해 차를 느리게 가도록 만들어달라'는 요구와 유사하다.
정작 패스트푸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여전히 "빨리 나오는 음식"을 기대하며 카운터 앞에 서 있을 것이다. 패스트푸드를 슬로우푸드로 만들자는 제안은, 소비자도, 사업자도, 노동자도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공산이 크다.
h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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