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36년 만에 돌아온 삼양식품 '우지라면'…명예회복 노린다
1963년 국내 1호 라면으로 출시…승승장구하다 '우지 파동' 직격탄
깊은 쇠고기 맛으로 승부…'초심' 강조하며 진정성 어필 전략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삼양식품이 1963년 '우지'(소기름)로 만들었던 국내 최초 라면을 '삼양라면 1963' 이름으로 재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지' 삼양라면은 대한민국 대표 라면으로 한동안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공업용 기름을 썼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 속에 1989년 단종됐었는데요.
36년 만에 복귀한 '우지라면'이 세월을 뛰어넘어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시 한번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삼양라면의 역사는 6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3년 9월 15일 삼양식품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라면 기계 2대를 들여와 우지로 튀긴 면과 닭고기 수프로 국내 첫 인스턴트 라면을 출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식량난이 심각했던 1960년대 당시 한국에서 라면은 주식인 쌀을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간편한 음식으로 각광받았습니다. 100g 기준 출고가는 10원이었는데, 당시 짜장면 가격이 20~30원 정도였죠.
박정희 전 대통령도 삼양라면을 한 번 시식해 보고는 "고춧가루를 넣으라"고 권했다는 속설도 전해집니다.
오랫동안 라면 업계 1위를 지켰던 삼양라면은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농심의 '신라면'에 이어 오뚜기의 '진라면'에 밀려 차례로 1·2위 자리를 내주고 맙니다. 그러다 1989년 검찰청으로 날아든 익명의 투서가 '우지파동'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죠.
'공업용 기름'이 사용된다는 투서에 검찰은 삼양식품과 관련 업체 임원들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습니다. 검찰은 또 "비누나 윤활유 원료로 사용하는 공업용 수입 쇠기름을 사용해 라면 등을 만들어 시판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지가 공업용이라는 것은 내장과 사골을 먹지 않는 미국 기준이었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밝혀졌지만 이미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먹지 못하는 기름'이라는 이미지가 박힌 뒤였습니다.
구속됐던 삼양식품 관계자들도 모두 석방되고, 8년 뒤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미 추락한 삼양식품의 이미지와 신뢰도는 회복하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옛 사옥을 매각해야 했고 업계 1위 농심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습니다.
우지로 튀긴 면은 풍미가 좋고 구수한 맛이 강하다고 합니다. 1980년대 '우지라면' 맛을 기억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재출시 요청이 있을 정도였죠.
이번 '삼양라면 1963'은 우골(소뼈)이 들어간 '별첨 액상 수프'로 국물 맛도 진하게 살렸습니다. 요즘 소비자 입맛에 맞춰 60년 전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풍미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우지가 팜유보다 훨씬 고가라는 점에서 이번 신제품은 개당 700원대인 기존 '삼양라면'보다 비싼 프리미엄가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실제로 마트·편의점 등 주요 소매점에서는 4개입에 6000~7000원대(개당 1500~1800원대)에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도 우지 파동을 기억하는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로 지적됩니다. 왜 지금 다시 우지 라면인지 출시 배경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양식품은 11월 초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어 구체적인 출시 계획과 배경에 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아픈 역사를 당당히 드러내고 '초심'을 강조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어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절치부심한 끝에 '불닭볶음면'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삼양식품. 과연 이번 '우지 라면'이 상처를 극복하고 과거의 명예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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