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통령과 'K-푸드'
(서울=뉴스1) 이주현 산업2부 부장 = 'K-푸드' 인기로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식품업계가 이재명 대통령의 날 선 발언에 술렁이고 있다.
취임 초기 '2000원 라면값' 발언으로 식품업계에 대한 가격 압박을 본격화한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식품업계의 폭리와 담합을 엄중히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담합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조선 시대 때도 매점매석한 사람을 잡아 사형시키고 그랬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전 정부의 통제 역량 부족을 식품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한 발언이었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질책은 식품업계를 긴장케 했다.
식품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 기조에 발맞춰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소비자 부담 완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은 억울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의 가격 인상은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재료 수입 가격 인상을 비롯해 매년 치솟는 인건비와 물류비, 임차료 부담 등 다양한 비용 증가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이윤을 내서 근로자 임금을 지급하고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정부의 지나친 가격 통제는 근본적인 해답이 아니다.
이 밖에도 기업은 정부가 강조하는 주주 친화 정책을 위한 자사주 매입과 배당 강화 등의 기조에 발맞추고, 안전 설비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 논리를 역행하는 정부 기조에 그럴 여유가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식품업계 상위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가 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K-푸드' 인기에 해외 시장이 받쳐 줬기에 가능한 실적이다. 부진한 내수 시장만으로는 역성장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K-푸드의 인기는 이제 시작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냉부해)에 출연해 "K-팝, 드라마도 중요한데 진짜 문화의 핵심은 음식"이라며 "K-푸드를 많이 수출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비빔밥·불고기·김밥·떡볶이·치킨 등 다양한 K-푸드가 세계인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라면·치킨·만두·김치·과자 등 식품업체들의 가공품이 핵심이다.
K-푸드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수출도 중요하지만 내수시장이 든든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수출용 제품이 내수 가격 구조와 연결돼 있는 만큼 내수용 제품 가격을 무리하게 낮출 경우 해외 시장에서 단가 협상력이 떨어질 우려도 크다.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할 경우 정부의 개입은 정당하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인위적이고 과도한 가격 통제 정책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한꺼번에 가격을 올리는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재명 정부는 과거 정부들이 실수한 것과 같은 섣부른 가격 통제보다 K-푸드 확산을 위한 수출 경로 확대, 수출 지역 다변화 정책과 국익 방어를 위한 관세 협상을 우선 챙기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jhjh1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