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 등판한 '하림 2세'…그룹 세대교체 본격화
김홍국 회장 장녀·차녀, 나란히 'NS푸드페스타' 참석
장녀 '식품'·차녀 '플랫폼' 신사업 담당…경영 능력 잣대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공개 석상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면서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의 장녀 김주영 하림지주 상무(37)와 차녀 김현영 하림지주 차장(30)은 지난 26일 전북 익산 하림 퍼스트키친에서 열린 식품문화축제 'NS푸드페스타' 현장에 참석했다.
현재 하림지주 승계 작업은 장남 김준영 팬오션 책임(33)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올품과 그 자회사 한국바이오텍, 에코캐피탈을 통해 하림지주 지분 22.71%를 보유하고 있다. 아버지인 김 회장(21.1%)보다 많아 하림지주 승계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딸인 김 상무와 김 차장은 하림지주 주식을 각각 4381주(0.01%)씩 보유하고 있고, 삼녀인 김지영 하림지주 과장(26)은 아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그룹 내에서 독자적인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녀인 김 상무는 이미 중책을 맡고 있다. 2015년 하림지주 기획팀에 입사한 이후 '더미식', '하림펫푸드' 등 브랜드 출시를 주도했다. 그동안 육계사업 의존도가 높았던 하림을 종합식품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림산업은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 사업의 부진 등으로 127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누적 적자는 4123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더미식' 사업의 매출은 802억 원인 반면 매출원가는 1328억 원으로 '역마진' 상태다. 제품 가격이 경쟁사 대비 크게 높아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적자가 지속될 경우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다만 2017년 출범한 '하림펫푸드'는 2021년 흑자 전환 이후 매년 성장 중이다.
대외 활동이 적었던 차녀 김 차장은 지난해 동생인 김 과장과 함께 하림지주에 입사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김 차장은 지난 26일 열린 'NS푸드페스타'에 참석하면서 외부 공개 일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차장은 최근 하림이 출시한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 '오드그로서(ODD GROCER)'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녀인 김 상무는 '더미식' 등 식품 신사업에, 김 차장은 e커머스 플랫폼 신사업에 집중하는 등 역할을 나눈 것이다.
하림그룹이 '육계 기업'이란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식품기업으로 확장하는 상황에서, 두 딸이 '식품'과 '플랫폼' 등 두 가지 핵심 사업을 각각 맡게 됐다는 건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들 사업에 대한 성과가 향후 경영 능력을 가늠할 잣대가 될 수도 있다.
김 차장은 지난해 입사한 만큼 아직은 그룹 내 영향력이 적지만, '오드그로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경영수업을 차근차근 진행한다면 장녀인 김 상무의 입지를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26일 'NS푸드페스타' 현장에서도 '오드그로서' 브랜드존을 내내 지키면서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아버지인 김 회장도 두 딸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지속된 적자에도 '더미식'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오드그로서'에 대해서도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지난 26일 'NS푸드페스타' 개회사에서 "최고의 맛은 인공 조미료가 아니라 자연의 식자재로 내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라면이 싼 가격이라고 습관적으로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미식의 비싼 가격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녀가 담당한 '오드그로서'에 대해서도 "식재료가 신선하지 않으면 최고의 맛을 못 낸다. 생산과 동시에 배송돼야 한다"며 "우리나라 식품 산업에서 이런 신개념으로 가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길이고 소비자에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the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