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G마켓-알리 동맹'…풀어야 할 숙제는
'개인정보 中 유출' 리스크…'반중 정서'도 극복해야
혁신적 쇼핑경험 제공…'기업결합 왜 했나' 증명 필요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국내 대표 오픈마켓 G마켓과 중국의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기업결합이 지난 18일 승인되면서 '쿠팡-네이버' 중심의 판을 흔들 거대 유통법인이 탄생을 앞뒀다.
유통업계는 G마켓과 알리의 합작법인이 지금의 양강 체제를 '3강 구도'로 바꿀 새로운 변수가 되기 위해선 중국으로의 소비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반중 정서 등 리스크를 극복하고,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기업결합 승인과 관련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와 G마켓이 축적한 국내 사업 관련 데이터의 중국 유출 여부가 주요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세계그룹과 출자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은 중국 알리바바의 자회사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닷컴은 지난해 7월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고객의 개인정보를 18만 곳 이상의 국외 판매자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도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독립적 운영 △두 플랫폼이 보유한 국내 소비자 데이터의 기술적 분리를 조건으로 달았다. 해외 직구시장에서도 △상호 소비자 데이터 이용 금지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노력 수준 유지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만약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로보락 등 국내 유통 중인 중국 로봇청소기 제품의 보안성이 취약해 이용자 사생활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민감한 상황인 만큼 꾸준히 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 자본의 대표 주자인 알리와 동맹을 맺은 데 대한 우려와 곱지 않은 시선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합작사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 플랫폼 내 상품이 G마켓에 유입될 텐데, 알리의 중국 상품은 국내 안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내 '반중 정서'도 불안 요소다. 특히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충분한 설득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반중 정서는 2030 남성 등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고객 유입을 활발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자본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이 형성되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중국으로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은 민감하기에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양사의 기업결합으로 발생할 시너지 효과를 소비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전의 e커머스 업계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기업결합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고 각종 논란에 대한 우려도 불식될 것이란 얘기다.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는 각자의 상품을 상대의 플랫폼에 입점할 예정인데, 이는 지금도 각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기에 소비자 입장에선 혁신적인 변화는 아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렇다 할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G마켓 지분을 절반 넘겨줬다는 실기를 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측은 알리바바의 첨단 기술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오픈소스 모델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G마켓이 소비자 경험과 셀러 지원 측면에서 혁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G마켓 고객들은 개인 쇼핑 어시스턴트의 24시간 맞춤형 상품 및 혜택 추천과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현재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으로, 국내에선 경험하지 못한 '초개인화 쇼핑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G마켓에 등록된 약 60만 셀러들은 전세계 20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전세계로 판로를 확대한다. 대부분 중소기업 제품으로, 이를 통해 G마켓 셀러들이 해외에 수출하게 될 상품은 약 2000만 개로 추산된다. 올해 안에 동남아 5개국에 진출하고, 이후 유럽·남미·미국 등으로 확대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며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리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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