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합작' 승부수 던진 정용진…'위기의 G마켓' 살리기 신호탄
3조 넘게 들었는데 적자 전환에 희망퇴직…수익성 개선 발판
'쿠팡-네이버' 지위 공고…알리 통해 해외 진출 반전 계기 마련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힘겹게 생존 경쟁 중인 G마켓 살리기에 나섰다.
합작법인을 설립해 재무건전성 강화 및 수익성 개선을 이끄는 동시에, 국내 셀러들의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쿠팡·네이버'의 지위가 공고한 현재 e커머스 시장 구도 내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결단으로 해석된다.
18일 신세계그룹은 자사와 알리바바의 조인트벤처(JV) 조직 구성과 이사회 개최, 사업 계획 수립 등을 위한 실무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합작 JV를 최종 승인함에 따른 결과다.
두 회사의 JV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알리익스프레스)를 자회사로 둔다. 신세계그룹의 아폴로코리아가 G마켓 주식을 100% 현물출자하고, 알리바바그룹이 알리 지분과 현금 3000억 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설립된다. 출자 비율은 5대 5다.
신세계그룹은 2021년 3조 4404억 원에 G마켓(지분 80.01%)을 인수했지만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쿠팡·네이버가 양분하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점점 약화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인수 이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9월에는 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정용진 회장이 G마켓을 살리기 위해 던진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와 손을 잡음으로써 활로를 모색하는 전략적 결단이라는 것이다.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G마켓의 모회사인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재무건전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마트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마트의 부채 비율(연결 기준)은 154.7%로, G마켓 인수 전인 2020년 말(112.8%)과 비교해 크게 높아졌다.
이마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자금력을 배경으로 회계상 적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G마켓을 연결 실적에서 떼어내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 G마켓은 올해 1·2분기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상반기 누적 적자가 419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G마켓은 e커머스 업계 전반의 부진으로 한동안 적자가 예상되지만, G마켓 실적이 합작법인 아래로 들어가기에 이마트는 G마켓의 적자를 털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G마켓이 핵심 경쟁력을 구축하게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G마켓 독자적으로는 공고해지는 e커머스 시장 구도를 뚫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알리바바가 보유한 200여 개국의 판로를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e커머스 시장으로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다.
이날 신세계그룹은 G마켓에 등록된 60만 셀러가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에 입점해 해외 고객에게 상품을 팔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올해 안에 싱가포르·베트남·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에 진출하고, 이후 유럽·남아시아·남미·미국 등 알리바바가 진출한 200여 개 국가로 판로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G마켓 셀러들이 해외에 판매할 상품은 약 2000만 개로 추산된다. G마켓 셀러들은 알리익스프레스의 한국 상품 코너에도 입점해 판매 채널이 늘어난다. 신세계그룹 측은 "상품 대다수가 한국의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이란 점에서 상당한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가 쌓아온 첨단 기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오픈소스 모델 역량을 기반으로 G마켓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G마켓 고객들은 현재 알리바바 글로벌 플랫폼에서 구현되고 있는 개인 쇼핑 어시스턴트의 24시간 맞춤형 상품 및 혜택 추천과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한국 셀러들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 우수한 한국 상품의 해외 판매를 늘리겠다"며 "양사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는 상품 선택의 폭을 크게 늘려주고 첨단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