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 쥔 대한제분, 본업 이익으로 가족회사 적자 메워

제분사→식품사 'B2B 밀가루 납품가' 도 정부가 들여다 봐야
가족회사 적자에 지급보증 의존…오너일가 지배구조 논란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대한제분 밀가루 제품의 모습. 2023.7.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밀가루 사업으로 이익을 쌓아온 대한제분의 본사 수익이 가족회사 보전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는 식품기업에만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을 뿐, 정작 제분사에 집중된 밀가루 가격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식품사들은 공급 차질을 우려해 제분사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제분(001130)의 소맥분(밀가루) 영업이익은 38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돌았다. 원자재 부담과 인건비 상승으로 다수 식품기업이 5% 미만 수익률에 그치거나 적자를 낸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 밀을 가공해 파는 제분사들이 납품 단가를 일방적으로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정부가 식품사뿐 아니라 제분사의 밀가루 납품가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3년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제분업계에 밀가루값 인하를 요청하자 제분사는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그러나 'B2B 납품가'는 공개하지 않고 평균 인하율만 밝히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도 매출 비중이 적은 B2C 가격만 내렸을 뿐 식품 가격과 직결되는 B2B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대한제분 밀가루 제품의 모습. 2023.7.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가족회사 적자에 내부거래·지급보증 의존…오너일가 지배구조 논란

정부의 가격 인상 압박이 거세질수록 업계에서는 제분사를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제분의 경우 수익구조뿐 아니라 지배구조에도 비판이 나온다.

대한제분은 지주사격인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비상장 계열사 '보나비'를 운영한다.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 지분 27.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은 7.01%, 이재영 부사장(이건영 회장의 동생)은 2.32%를 가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디앤비컴퍼니의 최대주주(최다출자자)는 이혜영 씨(이건영 대한제분 회장의 누나)로 지분 21.6%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나머지 지분도 오너 일가가 나눠갖고 있는 '가족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나비는 카페 브랜드 '아티제'와 멕시칸 푸드 '쿠차라'를 운영한다. 신라호텔에서 인수한 뒤 아티제 매장은 27개에서 70개까지 늘었지만, 최근 10년간 흑자는 2022년 한 차례뿐, 적자가 계속됐다. 보나비는 지난해 영업손실 1억 9500만 원, 당기순손실 49억 8900만 원을 기록했으며 임차보증금만 213억 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제분이 보나비를 위해 직접 지급보증까지 서고 있다는 점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제분은 보나비에 차입금 330억 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이는 보나비가 외부에서 차입할 때 대한제분이 신용을 대신 제공한 것으로, 사실상 모회사가 가족들이 지분을 보유한 적자 계열사(자회사)의 존속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단순한 내부거래를 넘어, 상장사인 모회사의 자금과 신용이 비상장 가족계열사 유지에까지 활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대한제분은 현재 '곰표맥주' 상표권을 둘러싸고 세븐브로이와 분쟁을 이어가는 등 법적 리스크도 보유하고 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