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스파이크 주범?"…제로 음료 인기에 주스 판매 '뚝'
한때 건강 음료 대명사였지만…저당 트렌드에 쪼그라드는 주스 시장
2023년 주스 시장 따라잡은 제로 탄산음료…2026년엔 1조 이상 격차 예상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제로'(0) 열풍 속 음료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2조 원 시장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주스 시장은 1조 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때 '건강 음료 대명사'로 불리던 주스가 소비자 선택지에서 밀려난 것이다.
1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제로 탄산음료 시장은 2021년 5412억 원, 2022년 8861억 원에 이어 2023년 1조 3391억 원으로 급성장하며 처음으로 주스 시장(1조 1167억 원)을 추월했다. 이후 격차는 더 벌어져 지난해 제로 탄산음료는 1조 8216억 원으로 커졌다.
반면 주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 1860억 원에 그치며 1조 원대에 머물렀다. 올해도 제로 탄산음료가 2조 2444억 원, 주스는 1조 1985억 원의 시장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두 시장의 격차가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주스는 탄산음료의 대체재로 자리 잡으며 '건강 음료'로 각광받았다. 비타민C와 미네랄, 항산화 성분 등 과일에서 비롯된 영양소가 들어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스가 '혈당 스파이크'(식후 혈당 급상승)를 유발하는 '당 음료'로 인식되면서 상황이 뒤집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첨가당 섭취를 하루 열량의 10% 이하로 제한하라고 권고한 것도 당에 대한 경계심을 키웠다.
주스 시장이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원료 특성의 한계도 크다. 당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크게 줄이기 어렵고 오히려 '100% 과즙'이라는 강점이 최근의 건강 인식 변화 속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흐름에 국내 대표 주스 브랜드 '델몬트'를 운영하는 롯데칠성음료 역시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주스 부문 매출은 7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10억 원)보다 약 15% 줄었다.
반면 제로 탄산음료는 당 걱정 없는 음료라는 이미지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성장세가 가파르다. 출시 초기에는 일반 탄산음료 대비 맛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제조 기술이 발전하며 일반 탄산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로 칼로리 및 무가당 식음료가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아침 대용이나 간식으로 주스를 찾던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소비자들이 이제는 열량보다 당 함량을 가장 먼저 따지기 때문에 주스가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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