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규제 불발되자…올해 전자담배 용액 수입 급증

법 개정 전망됐던 1·2월엔 수입 줄었다가 불발 그치자 3월부터 증가세
"업자들 세금 규제 전 재고 쌓아놓고 차익 노려…국회가 조장한 꼴"

지난 2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제2차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원료인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논의됐으나 처리가 불발됐다. 2025.2.1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올해 초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실패한 데 이어 9월 정기국회 안건으로 오를 수 있을지도 안갯속인 상황이다. 규제 도입이 불발에 그치자 전자담배 업자들은 올해도 전자담배 수입을 크게 늘리는 상황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자담배 용액 수입액은 736만 달러로 전년 대비 50.6% 상승했다. 수입 중량도 10만 423㎏으로 전년 대비 55.7% 증가했다.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안건에 오르지 못하자 다음 달 수입이 치솟은 것으로도 풀이된다. 당초 올해 초 규제가 예상되면서 1·2월 수입액은 각각 12.9%, 9.1%씩 줄어든 상황이었다.

2월 이후 전자담배 수입액은 매달 증가세를 보였다. 3월 외에도 △4월 795만 달러(전년 대비 29.5%↑) △5월 762만 달러(53.6%↑) △6월 762만 달러(33.8%↑)의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대선이 끝나고 임시국회 일정이 다가오는 7월에는 831만 달러로 전년 대비 5.1% 증가로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이었다.

수입 중량 역시 매달 꾸준히 증가했는데, 특히 5월 전자담배 수입 중량은 11만 9889㎏으로 전년 대비 무려 85.7% 늘어난 물량을 들여왔다.

이같은 흐름을 보인 것은 결국 정치권이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 도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전자담배 용액 수입액은 전년 대비 39.5% 증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매점매석 고시로 미리 들여와도 재고 차익을 못 얻는데, 전자담배 용액은 매점매석 고시도 어렵고, 쟁여놓은 것을 소급 입법할 수도 없어서 업자들이 이를 알고 미리 재고를 쌓아 놓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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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섞인 전자담배까지 퍼지는데…여당 기재위 간사 반대로 법 개정 불발

현행 담배사업법에서는 담배를 연초의 잎에서 만들어진 천연니코틴으로만 규정한다. 인공적으로 제조한 합성니코틴은 역시 '니코틴'이지만 담배로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합성니코틴은 저렴한 가격 탓에 주로 전자담배 용액으로 많이 쓰이는데, 규제가 없어 세금도 내지 않고 학교 앞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

아울러 최근 태국·일본 등지에는 전자담배 용액에 전신마취 유도제인 '에토미데이트'를 함유한 이른바 '좀비 담배'가 퍼지고 있다.

국내도 안심하긴 어렵다. 지난 1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에토미데이트와 프로폭세이트를 액상담배와 섞어서 강남 일대에 유통한 일당 10명을 송치하고, 이중 제조·유통책 2명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기도 했다.

국회는 지난 2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기재위 경제소위에 안건으로 올렸지만, 기재위 여당 간사이면서 경제소위 위원장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통과가 불발됐다.

이후 대선 국면이 끝난 8월 임시국회에서도 정 의원이 "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면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소위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번에는 같은 소관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안건 상정 논쟁으로 소위가 열리지도 못했다.

업계에서는 여야의 정쟁이 끊이지 않고 있어 9월 정기국회 기간 안에 법안 통과가 가능할지 물음표를 붙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가 전자담배 용액 수입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며 "규제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업자들은 세금을 내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전자담배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청소년지킴실천연대와 서울YMCA, 전문기관인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가 기자회견을 갖고 합성 니코틴 규제를 위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 제공) 2024.11.22/뉴스1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