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본잠식' 에이블리, 선불 충전금 도입…'티메프 사태' 우려도

고객 충성도 강화해 '록인 효과' 기대…핀테크 확장
에이블리 자본총계 -522억원…"다양한 방안 고민"

에이블리가 선불 충전금 서비스인 '에이블리 머니'를 도입한다.(에이블리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에이블리가 선불 충전금 서비스를 도입한다. 결제 편의성을 높여 고객 충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머지포인트 사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은 선불 충전금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7일 패션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선불 충전금 서비스 '에이블리 머니'(ABLY Money)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상표권을 출원하기도 했다. 에이블리 머니의 지정 상품으로 △거래승인 및 정산서비스업 △구매대금 결제중개업 △모바일 할인쿠폰발행업 등이 포함됐다.

에이블리는 선불 충전금을 통해 단순 상품 탐색을 넘어 결제까지 고객 편의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선불 충전금은 소비자가 보유한 카드나 계좌와 연동해 충전한 금액을 특정 플랫폼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예치금이다. 미리 금액을 충전해 두면 현금처럼 활용할 수 있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록인 효과'가 있다.

e커머스 업체들이 선불 충전금 기반 혜택 강화에 힘을 쏟는 이유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7월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에이블리페이'를 선보이며 핀테크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에이블리페이는 별도의 앱 설치나 복잡한 절차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서비스다. 론칭 6개월 만인 올해 1월 이용 고객 120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결제 금액은 2000억 원을 넘어섰다.

에이블리는 "셀러들이 더 나은 판매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결제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에이블리 머니 도입 역시 에이블리페이의 연장선상에서 핀테크 분야를 넓히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선불 충전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e커머스 업계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선불 충전금이 한순간에 휴지 조각이 된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머지포인트, 티메프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에이블리의 재무구조도 이 같은 우려를 부추긴다. 에이블리의 자본총계는 현재 -522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선불 충전금인 '무신사머니'를 운영 중인 무신사의 경우 금융 전문 자회사인 무신사페이먼츠가 이를 발행 및 관리한다. 제3의 기관에서 별도 관리함으로써 안전성을 높인 것.

에이블리는 선불 충전금 관리와 관련해 별도 기관이나 전자결제대행(PG)사를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선불 충전금 관리 규제가 강화됐으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여전히 사각지대에 존재할 수 있다"며 "선수금 보호와 관리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제2의 티메프 사태 우려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제 객단가가 낮은 에이블리의 경우 선불 충전금 서비스 도입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와이즈앱 리테일에 따르면 7월 에이블리의 1회당 평균 결제금액 추정치는 3만 8512원으로 지그재그(4만 6750원), 무신사(7만 5677원) 등 동종 패션 플랫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 패션 기업 쉬인(SHEIN)의 6만 2153원보다 작은 규모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고객이 결제까지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제 막 사업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고 PG사 선정 및 해당 비즈니스에 필요한 절차는 차차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