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신드롬]② 글로벌 사로잡은 비결…키워드는 '젊은 인재·롱런'
[뷰티 리더 10인에게 물었다] 이제 2부 능선…시장 확대·성장잠재력 충분
기초체력 강화·정부 지원 등 단발성 신드롬 아닌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야
- 김명신 기자, 김진희 기자,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김명신 김진희 이민주 기자
K-뷰티에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몰려들고 있다.
한류와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유통(vendor), 마케팅까지, K-뷰티는 한국판 든든한 파이프라인(pipeline)을 구축한 만큼 성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K-콘텐츠를 기반으로 가장 트렌디하고 빠른 대응은 K-뷰티의 또 다른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바로 '젊은 피 수혈'이다.
업계 리더들은 K-뷰티가 이제 막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단발성 트렌드'에 대한 경계와 '롱런 브랜드' 구축을 위한 탄탄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뷰티의 인기는 역진출 구조로 설명된다. 소위 해외에서 뜨면서 'K-뷰티 시대'를 열었다. 대표적으로 구다이글로벌이 꼽힌다. 구다이글로벌이 보유하고 있는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은 미국과 일본에서 성장했고, 업계 4위 더파운더즈(아누아) 역시 역진출 성공 사례다.
인디 브랜드 매출 1조 원 시대를 연 구다이글로벌은 2017년 '조선미녀' 전 세계 독점 유통계약 후 2019년 브랜드를 전격 인수하면서 2023년 인디 브랜드 매출 1000억 원(약 1400억 원) 포문을 열었다. 불과 1년 후 티르티르(2024년), 크레이버코퍼레이션(2024년) 등 공격적인 M&A(인수합병)로 9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1조 원 이상 매출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기업가치는 12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이피알 역시 2019년 매출 1000억 원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7000억 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시총 8조 원대를 넘어서면서 뷰티업계 '몸값 1위'에 올랐다. 달바글로벌은 2022년 매출 1000억 원 고지를 밟은 후 지난해 3000억 원을 넘기며 기업공개(IPO)에 성공했다. 더파운더즈(아누아)는 2023년 1000억 원에서 1년 만에 4000억 원의 매출고를 올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증권가는 'K-뷰티 초고속 성장'과 '젊은 인재 돌풍'을 같은 맥락에서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K-뷰티의 촉발은 중국과 미국, 즉 시장이 컸기에 가능했고, 초고속 매출 견인은 가장 빠른 생산 캠퍼(ODM)와 글로벌 공급망(vendor)으로 가능했다.
여기에 인재의 흐름을 살펴보면 1960년생들은 IT로, 1970년생들은 플랫폼, 1980년생들은 창업 나이인 2020년을 전후로 한류 붐에 편승한 소비재, 그중 레버리지가 큰 화장품 산업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K-뷰티를 이끄는 수장들의 공통점은 '젊은 인재'라는 점이다. 구다이글로벌 천주혁(1987년생), 에이피알 김병훈(1988년생), 달바글로벌 반성연(1981년생), 더파운더즈 이선형 이창주(1988년생) 대표 등 1980년대생 젊은 인재들이 뷰티 업계로 몰려들고 있다.
허재석 비바웨이브 대표 "최근 5년 사이 K뷰티 업계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유입됐다. 그들은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인재들"이라면서 "집요한 상품기획과 디테일한 온라인 마케팅 그리고 빠른 유통망 확대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더들과 유통, 증권가 전문가들은 K-뷰티 성장 잠재력은 이제 20% 수준이라는데 입을 모은다. K-컬처가 향하는 곳은 K-뷰티의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실제로 K-컬처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K-뷰티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K-컬처 붐이 일고 있는 미국과 일본 시장의 경우 독보적이다.
한류와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든든한 파이프라인(pipeline)도 K-뷰티 상승세를 전망하는 배경이다.
글로벌 벤더사 실리콘투는 100% 직매입 구조로 중소 브랜드의 자금 순환의 기회와 미국·유럽·동남아 물류센터를 통한 재고 관리 등 선순환 구조를 제공하고 있다. 랜딩인터내셔널과 아시아비엔씨 등 벤더사들은 2000여 명의 한상(한국무역상 조직)을 대신해 글로벌 시장 교두보를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수의 발판을 마련한 CJ올리브영도 미국, 일본으로 본격 진출한다.
백아람 누리하우스 대표는 "미국, 동남아, 유럽 등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K-뷰티 제품에 신뢰를 보이고, 현지 유통 채널의 확장으로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제 '니치'(niche)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아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2003년 '기능성 화장품'의 서막, 2013년 화장품 수출 흑자 본격화, 2023년 인디 브랜드의 성장. 그렇다면 2033년 한국 화장품의 위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한국무역협회 국가별 화장품 수출 규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232억5800만 달러), 미국(111억9800만 달러)에 이어 한국은(101억7700만 달러) 3위로, 올해 미국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다. 프랑스만 남은 셈이다.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찾는 한국 ODM의 기술력, 미국의 세포라나 얼타뷰티가 주목하고 화장품 종주국 프랑스가 경계하는 K-뷰티의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안병준 티르티르 대표는 "소비자 맞춤화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 등 주요 시장에서의 확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각국 소비자 니즈에 맞춘 제품 세분화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화장품 수출국 '톱티어'(top-tier)가 되기 위해선 레거시 브랜드는 공급망 다변화로, 인디 브랜드는 단발성이 아닌 기초 체력 확보에 따른 '롱런 브랜드'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트렌드 중심의 산업 특성상 다운사이클이 있을 수 있지만 가품 논란이나 브랜드 통제력 등 기초체력을 튼튼히 한다면 K-뷰티를 넘어 'G(Global)-뷰티'로 한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민 대표는 "K-뷰티에 대한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거대한 트렌드로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각 브랜드의 진정성 있는 브랜딩과 성분과 효과에 대한 독자적인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재석 대표도 "K-뷰티의 지속 가능성은 빠른 트렌드를 넘어 독보적인 브랜드를 얼마나 구축하느냐에 달렸다"며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고유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탄탄한 브랜드력과 유통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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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K-뷰티' 행보가 거침없다. 불과 10여년 만에 프랑스, 미국 등 화장품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뷰티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K-콘텐츠 파급력과 수준급 제조 인프라, 중국 한한령과 코로나 전환기 등을 계기로 성장한 K-뷰티는 이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변화기를 맞고 있다. 중국, 미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K-뷰티 현주소와 향후 전망에 대해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