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선택 아닌 필수"…유통家, 해외사업에 실적 희비

롯데쇼핑 흑자 16%가 해외…신장률도 전체 사업 중 '1위'
'국내 참패' CGV, 해외사업 덕에 흑자…"포트폴리오 다변화"

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거리 상인이 작은 베트남 국기를 진열해 놓은 옆에서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5.08.05. ⓒ AFP=뉴스1 ⓒ News1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국내와 달리 동남아시아 등 해외 소비 시장이 연일 고속 성장하면서 국내 유통 기업들의 실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업계는 젊은 인구가 증가하고 구매력도 높아지는 베트남 등 신흥국 위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롯데마트는 국내 사업에서 35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해외 사업에서 304억 원의 흑자를 거둬 적자를 상쇄했다. 롯데마트 해외 사업 영업이익은 상반기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1889억 원)의 16%에 달한다.

국내 마트 사업은 계속된 소비침체로 매출 성장 둔화세에 갇혔지만,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사업이 선전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22년 1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해외 백화점 사업도 호조세다. 베트남에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올해 2분기 총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1% 늘었고, 나머지 2개 백화점 매출도 신장세다.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지난 1분기 첫 흑자 달성 이후 2개 분기 연속 흑자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 해외 사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쇼핑 해외사업(백화점·마트)의 영업이익은 총 3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했다. 이는 롯데쇼핑 전체 사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며, 이번 실적에서 액수 기준 가장 많은 흑자를 낸 국내 백화점(29.9%)보다도 신장률이 높다.

영화관 업계도 해외 사업이 실적을 좌우했다. CJ CGV는 올해 2분기 국내 영화 사업에서 1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베트남(80억 원)·인도네시아(89억 원) 등 해외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내면서 2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17억 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서만 영화관을 운영하는 메가박스는 2분기 8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CGV와 메가박스 모두 국내 영화 사업에선 관람객 수 감소로 인해 참패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해외 사업의 보유 여부에 따라 흑자와 적자가 갈린 것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롯데쇼핑 제공)

업계는 젊은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흥국은 구매력도 크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유통 업종에 유리한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

베트남의 경우 소비 침체에 빠진 국내와 달리 연일 고속 성장하는 추세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09%로,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공식 목표(6.5%)를 훌쩍 넘어섰다. 2.0%에 그친 한국보다 크게 높다.

특히 베트남 인구는 지난해 1억 명을 돌파했으며 중위 연령 32.5세의 젊은 국가다. HSBC는 2030년까지 베트남 인구 중 4800만 명이 구매력평가(PPP) 기준 하루 20달러(약 2만 8000원) 이상 소득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그만큼 전체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증권은 2026년 1조 7000억 원 수준인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매출이 2030년에는 3조 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기간 기존 롯데쇼핑 사업의 매출액이 13조 2000억 원에서 14조 5000억 원으로 약 10%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대비된다.

업계에선 빠르게 발전하는 신흥국 위주의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 업계도 GS25가 베트남·몽골, CU는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 등에 이미 진출한 상태다.

롯데쇼핑은 싱가포르에 동남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 조직을 구성해 동남아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아 해외사업 확장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베트남을 중심으로 필리핀·라오스 등 동남아로 해외 사업을 확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소비 수요에 비해 유통망이 덜 갖춰져 있어 국내 기업이 진출하면 시장 선점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K-콘텐츠 등으로 높은 인지도와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