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할인쿠폰 대란이 영화관에 던진 질문

6000원만 할인하면 사람 넘쳐…극장 수요는 있다
놀거리 많아져 극장 외면…새로운 소비경험 내놔야

24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을 찾은 한 시민이 키오스크로 예매를 하고 있다. 2025.7.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지난 25일 정부가 할인쿠폰을 지급하자 각 영화관 홈페이지가 폭주하며 줄줄이 마비됐다. 6000원만 할인하면 극장에 오겠다는 사람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의 영화관 관객 실종 현상에는 가격 문제도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2019년 1만 1000원이던 관람료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손실을 메우기 위해 2022년 1만 4000원까지 인상돼 아직 그대로다.

영화 관람료는 3년 동안 27% 올랐는데,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은 3.2%다. 이번 쿠폰 대란 사태는 역설적으로 지금의 티켓 가격이 과도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영화관이 일제히 가격을 내리면 관객이 몰려들까.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딱히 놀거리가 없던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극장으로 갔지만, 이젠 더 이상 영화만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집에선 유튜브를 보고 밖에선 스포츠를 즐기며 야구장과 캠핑도 간다. 이런 경향은 팬데믹 이후 더 심해졌다.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건 높아진 가격에다 이런 대체재에 밀렸기 때문이다.

영화관이 코로나19 기간 가격을 올린 건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기에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실책은 팬데믹만 끝나면 관객들이 그대로 돌아올 것이란 낙관에 기댔다는 점이다.

그 기간 영화관은 유튜브와 스포츠, 야구장과 캠핑을 이길 수 있는 어떤 콘텐츠와 소비 경험을 새로 내놨을까. 이제 팬데믹은 풀렸고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가격만 인상됐다.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게 된 건 당연하다.

영화관이 지금의 관객 실종 현상에 대해 넷플릭스만 탓하는 사이 관객들은 비싸지만 즐길 것 없는 영화관을 더 외면할 것이다.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소비하는 건 돈이 아니라 시간이다.

과거엔 놀거리가 없어 영화관에 갔지만, 이젠 즐길거리가 너무 많아 영화를 볼 시간이 없다. 영화관이 정부의 일회성 지원만 바라보고 새로운 소비 경험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OTT에 시장을 완전히 넘겨줄지도 모른다.

대기 인원 50만 명, 예상 대기시간 18시간. 지난 25일 기자의 영화관 앱에 찍힌 수치다. 할인쿠폰을 받는 데 실제 걸린 시간은 영화 한 편보다 긴 3~4시간이었다고 한다.

이번 접속 폭주 사태의 시사점은 극장에서 영화를 직접 보려는 수요가 아직은 남아있다는 것, 더 늦기 전에 이 작은 불씨를 살릴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