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잘 나가자…농심도 삼양도 수프 직접 만든다
"수프 생산 외주 안 맡긴다"…농심·삼양, 핵심 원재료 기업 M&A 추진
OEM 의존 벗어나 조미 공정 직접 챙긴다…"품질 일관성·공급 리스크 해소 기대"
- 배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국내 라면업계가 수프 제조사 M&A(인수합병)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라면 맛의 핵심이자 제조 원가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라면용 소스와 분말 수프를 외부에 맡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직접 제조 라인을 확보해 공급 안정성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꾀하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 지주사 농심홀딩스는 오는 1일 조미식품 및 장류 전문 제조업체 세우의 지분 100%를 999억 9900만 원에 취득할 예정이다. 세우는 신라면을 비롯한 농심의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시즈닝 분말과 라면용 소스, 간장·고추장·된장 등 장류를 생산해 온 기업이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외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알려진 세우는 기존에도 농심과의 거래 비중이 높았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농심은 핵심 원재료를 그룹 내부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사인 삼양식품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삼양식품은 소스 및 수프 제조 전문기업 지앤에프(G&F)의 지분 100%를 600억 원에 인수하는 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있다. 지앤에프는 농심·오뚜기 등 주요 식품사에 OEM 방식으로 라면용 분말과 액상 수프를 공급해 온 업체다.
삼양식품은 그간 대부분의 수프를 외주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글로벌 인기로 수출 물량이 폭증하면서 품질 표준화와 생산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지앤에프 인수 역시 자체 제조라인 확보를 통한 공급망 통제와 원가 절감 및 제품 일관성 확보라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수프 관련 M&A(인수합병)에 나선 이유는 라면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자 제조 공정상 가장 까다롭고 복잡한 부문이어서다. 간장·향미유·분말·플레이크 등을 일정한 비율로 배합하고 가열·건조하는 과정에서 작은 변수에도 맛이 달라질 수 있어 외부에 맡기면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원부재료 수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및 원가 인상 등 외부 환경이 악화하면서 OEM에 의존하는 방식은 리스크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수프를 직접 생산하면 원료 수급부터 제조·품질관리까지 일괄 관리가 가능해져 공급 안정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K-라면 수출이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수프의 내재화는 더욱 중요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수프 공정을 내재화하면 해외 인증 대응도 유리하며 국가별로 다른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유연하게 전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최근 K-라면 인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해외 시장은 품질 기준이 까다롭고 규제도 엄격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만큼 자체 수프 공장 보유는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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