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니코틴 액상담배 여전한 규제 사각지대…"마약 유통 통로 우려"

현행법 상 '담배' 정의 포함 안돼…청소년 흡연자 3명 중 1명 액상담배로 시작
유사니코틴·무니코틴 등도 등장…"지체 말고 담배사업법 개정해야"

서울시내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에 전자담배들이 진열되어 있다.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가 아직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져 있어 청소년 흡연율을 끌어 올리는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마약의 유통 통로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담배사업법에서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경고 그림이나 문구 표기, 광고 및 온라인 판매 제한 등 기존 담배 제품에 적용되는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청소년 액상담배 사용률은 2020년 1.9%에서 지난해 3.1%로 증가했으며, 궐련담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흡연자 3명 중 1명(32%)이 액상형 전자담배로 흡연을 시작했고, 이 중 60.3%는 이후 궐련담배로 전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는 담배 소매상 지정을 받지 않아도 누구나 판매할 수 있어 무인 매장이나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네이버 쇼핑에서만 200종이 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이 검색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새로운 마약 전달 장치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액상형 전자담배에 코카인 등 마약 성분을 섞어 국내에 들여오려던 싱가포르 총책이 국가정보원에 의해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이 들여오려던 마약 규모는 50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수준이었다.

지난 5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간한 '마약류 감정백서'에 따르면 10대 등 젊은 층 사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합성 대마를 섞어 투약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과수 관계자는 "신종 마약을 전자담배 액상에 탄 뒤 몰래 권하는 범죄가 늘고 있다"며 "10대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마약 범죄로 번지고, 성폭행 등 다른 범죄를 부추긴다"고 경고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 합성니코틴 액상담배를 담배로 정의하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일부 합성니코틴 원료 수입업자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합성니코틴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 이미 '유사니코틴', '무니코틴' 등 새로운 제품으로 시장 변화를 이끌고 있어 규제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공중 보건과 미래 세대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담배사업법 개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며 "특히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유사니코틴, 무니코틴 등 관련 제품이 명확한 규제 틀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