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하나로 잭팟…M&A 시장 놀라게 한 'K-브랜드'

런던베이글뮤지엄·컴포즈커피·스타일난다까지 수천억 몸값
대기업 자본 없이도 통했다…'국민 브랜드'로 성장한 토종 브랜드

런던 베이글 뮤지엄 주요 메뉴(신세계프라퍼티 제공)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대기업 자본 없이 독립적으로 성장해 온 토종 브랜드들이 수천억 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잇따라 인수되고 있다. 제품력과 브랜딩, 운영 구조까지 스스로 구축한 브랜드들이 투자시장에서도 자산으로 재평가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운영사인 엘비엠(LBM)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지분 100%를 넘기기로 했다. 거래 금액은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엘비엠과 JKL파트너스 계약에는 향후 실적에 따라 조정되는 '언아웃'(Earn-out)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JKL파트너스는 올해 안으로 절반 이상을 납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내년 엘비엠 실적을 기준으로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2021년 서울 안국에 1호점을 연 런던베이글뮤지엄은 감성적인 매장 구성과 독특한 브랜드 네이밍 정성스러운 제품력으로 SNS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서울은 물론 제주점 등 주요 상권으로 빠르게 확장했으며 일본·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매각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은 유지될 예정으로 기존 브랜드 감성과 운영 철학을 그대로 계승할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국내 저가커피 2위 브랜드인 컴포즈커피가 대표적인 잭팟 사례로 꼽힌다. 2000원대 저가 커피로 시작한 컴포즈커피는 빠른 가맹 확장과 자체 로스팅 시스템 등을 통한 안정적인 원두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어 필리핀 외식업체 졸리비푸즈가 지난해 4700억 원에 지분 70%를 인수했다.

김소희 스타일난다 전 대표 ⓒ News1 DB

뷰티업계에서도 토종 브랜드의 가치는 이미 글로벌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에는 색조 브랜드 3CE를 보유한 스타일난다가 프랑스 화장품 대기업 로레알에 약 6000억 원에 인수되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스위스 미그로스 그룹의 자회사 미벨은 피부과 전문의 건영 원장이 설립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의 운영사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 로레알그룹이 미그로스그룹과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고운세상코스메틱은 로레알그룹 품에 안기게 됐다.

이들 토종 브랜드의 공통점은 설립 초기 거대한 자본력에 기대기보다는 시장에서 스스로 입지를 다지며 국민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실제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제품 맛뿐 아니라 공간·네이밍·진열 방식까지 세심하게 설계한 매장을 통해 단순한 식음료가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섰다. SNS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팬덤은 브랜드 성장을 견인했다.

컴포즈커피의 경우 '가성비 커피'라는 단순한 가격 전략을 넘어 자체 로스팅 공장과 안정적인 원두 유통 시스템, 가맹점과 본사가 모두 수익을 내는 구조 등 탄탄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브랜드들이 자체 경쟁력만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뒤 투자자들의 이목까지 끌어낸 것은 이례적인 성과"라며 "브랜드 스토리, 운영 구조, 소비자와의 접점 등에서 차별화를 이룬 점이 시장의 높은 평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