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3배 '껑충'…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명품 가격
'에루샤디' 가격 10년새 최대 200%↑…매년 최대 실적
"원자잿값 영향에 가격 인상 불가피"…"자발적 노력 요구"
- 김진희 기자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10년 전 300만 원이면 살 수 있었던 명품 가방이1000만 원을 훌쩍 넘어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중고차 한 대 가격 수준이에요.
명품 업계의 가격 인상은 더 이상 예삿일이 아니다. 해가 바뀌자마자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가격을 올리는가 하면 1년에 수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올해에만 에르메스(1월), 루이비통(1월, 4월), 샤넬(1월, 6월), 펜디(1월), 구찌(1월), 프라다(2월), 보테가베네타(2월) 등이 주요 제품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롤렉스(1월), 까르띠에(2월, 5월), 반클리프 아펠(1월, 4월), 티파니앤코(2월, 6월), 쇼메(5월), 그라프(5월), 피아제(6월), 브레게(6월), 론진(6월) 등 럭셔리 주얼리·워치 브랜드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명품 업계에서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할 정도다. 상품을 구매하려면 '오픈런'(개장 전 줄서기)은 일쑤다. 명품 리셀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명품 삼대장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4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디'(에루샤+디올)의 주요 제품 가격은 지난 10년간 최대 200% 넘게 뛰었다. 연평균 20% 수준으로 연평균 물가상승률(1.8%)의 11배를 웃돈다.
'럭셔리 최고봉' 에르메스의 버킨백 30㎝은 2015년 1397만 원에서 2025년 2011만 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같은 기간 켈리백은 1300만 원대에서 1600만 원대로 23% 가량 올랐다.
샤넬 클래식 미니의 경우 2015년 315만 원에서 2025년 800만 원으로 153.97% 상향 조정됐다. 클래식 미디움은 538만 원에서 1660만 원으로 209.11% 폭증했다.
루이비통의 네버풀MM은 10년 사이 150만 5000원에서 271만 원으로 80.07% 인상됐으며 클루니BB는 224만 원에서 362만 원으로 61.61% 올랐다.
디올 레이디백은 2015년 450만 원대에서 올해 895만 원으로 98.89% 상향 조정됐다.
명품 업계 가격 인상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10년 전, 15년 전에도 명품가의 기습 인상에 속수무책이었다.
명품 업계가 '배짱 인상'을 서슴지 않는 것은 국내 명품 수요가 높아서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명품 시장으로 소비가 몰린 영향이 컸다.
실제 '에루샤'는 한국에서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에루샤의 지난해 한국 매출은 총 4조 5573억 원으로 전년 4조 1521억 원 대비 9.76%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엔데믹 전환 이후 명품 시장 거품이 걷혔다는 분석이 나옴에도 '에루샤'의 인기는 여전히 크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의 단골 이유로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든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작년 초부터 올해까지 1년 동안 금 가격은 40%가량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 금 가격이 온스당 33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 뿐만 아니라 의류, 잡화에 사용되는 원재료는 물론 인건비,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이 일제히 증가해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자잿값 상승으로는 기하급수적인 가격 인상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명품 업계의 자발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은 밴드웨건(대중이 선호하는 선택이나 행동을 따라가는 경향) 효과와 스놉(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흔한 제품이라 인식해 꺼리는 심리)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는 분야"라며 "명품 가격이 오를수록 '찐부자'와 낙오자를 가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 시 공급자 입장에서는 찐부자만 구매하는 브랜드가 되면서 더욱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는 데다가, 소비자가 줄더라도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출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명품은 라면과 같은 필수재가 아닌 프리미엄 소비재인 만큼 정부가 직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관여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그들이 추구하는 명품, 고급 이미지에 걸맞게 기부나 사회공헌활동을 하도록 유도할 순 있다"고 조언했다.
또 가격 인상률이 너무 높은 것과 관련해서는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며 "가격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명품 그룹다운 자정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inny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