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연하라"…담배 회사의 역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과학·기술 연구에 투자비 99% 비중
일반 담배 대체재 어젠다 속 궁극적 사업 목표는 헬스 분야

2009년에 만들어진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 Inc. ) R&D센터는 PMI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과학과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필립모리스 제공)

(스위스 뇌샤텔=뉴스1) 김명신 기자

우리는 항상 말합니다.흡연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마세요.흡연한다면 끊으세요.끊지 않는다면 더 나은 대안으로 바꾸세요.

담배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다. 다만 '담배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투자'라는 담배 업체의 주장은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은 지난 10년간 과학과 기술에 140억 달러(약 19조 25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담배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연구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새로운 접근법이다.

PMI는 '일반 담배의 대안'이라며 불로 태우지 않는 비연소 제품(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 파우치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PMI는 여전히 전 세계 13억 명의 소비자(흡연자)를 대상으로 일반 담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위스 뇌샤텔 PMI R&D센터에서 만난 야첵 올자크 CEO도 전자담배에 대해 "상업적 접근"이라는 데는 반박하지 않았다. "모든 담배는 유해하다"는 점도 동의했다.

그렇다면 전자담배를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 담배 그다음 시장, 즉 미래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신사업 전략은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존재한다. 야첵 역시 "누가 담배 회사 말을 믿겠는가"라고 반문했다.

PMI가 전자담배를 도입한 2014~2015년은 '말보로' 등 일반 담배로 시장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이던 때다. 그러나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일반 담배 혁신에는 단 1달러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2009년에 만들어진 PMI R&D센터는 1400명 이상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이 분석 화학, 독성학, 임상 연구를 수행한다. 투자비 99%를 일반 담배의 대안, 즉 비연소 제품 연구에 사용하고 있다.

PMI는 "흡연을 시작하지 마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할 수 없다면 더 나은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이익이며,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야첵 역시 "상장회사 CEO로서 거짓 진술이라면 발언에 대한 책임에 직면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PMI가 신뢰를 강조한 배경에는 궁극적인 사업 목표가 '헬스'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연소 제품이 일반 담배 대체재라는 주장과 흡연율 감소의 인과관계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PMI의 과학적 근거와 혁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2009년에 만들어진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hilip Morris International Inc.) R&D센터는 PMI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에 대한 과학과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필립모리스 제공)

lil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