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신라면 가격 원상 복귀"…1위 업체 쏜 신호탄에 라면업계 '움찔'

농심 지난해 영업이익 23.1%↓…2023년 가격 인하 오뚜기·삼양도 동참
원재료 가격 인상·환율 부담…"1위 업체 가격 조정, 인상 가능성 생겨"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신라면의 모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 업체 농심(004370)이 원재료 가격, 환율 등의 외부 악영향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가격을 조정했다. 경쟁 라면 업체들은 아직 눈치를 보는 상황이지만, 1위 업체가 신호탄을 쏜 만큼 가격 조정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심은 2023년 7월 인하한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고 6일 밝혔다.

오는 17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가격을 조정하고, 라면과 스낵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한다. 주요 제품의 인상 폭은 출고 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5.3%, 너구리 4.4%, 안성탕면 5.4%, 짜파게티 8.3%, 새우깡 6.7%, 쫄병스낵 8.5% 등이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인상압박을 견뎌 왔지만, 원재료비와 환율이 상승함에 따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되기 전에 시급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농심, 지난해 영업이익 23.1%↓…2023년 7월 가격 인하 영향

실제로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1% 크게 감소한 1631억 원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둔화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2023년 7월 가격 인하로 이익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2023년 당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을 들어 라면 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권고했고,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인하했다. 농심 외에도 오뚜기(007310)는 스낵면, 참깨라면 등의 라면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렸고, 삼양식품(003230)도 삼양라면·짜짜로니 등의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농심의 가격 조정과 관련해 한목소리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을 아꼈지만, 업계 1위 업체가 올려 인상 여력이 생겼다는 평가다.

팜유 가격·환율 고공행진…"상황 좋지 않은 것 다 비슷해"

원재료 가격 인상과 환율 여파는 다른 업체들도 동일하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팜유 선물 가격은 지난해 톤당 3000링깃 선에서 지난해 하반기 들어 뛰어올라 5000링깃 선을 넘어섰다. 현재도 4500링깃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해 말 정치권 불안으로 1400원을 뛰어넘었다. 다행히 1500원 선을 넘기진 않았지만, 여전히 1450원대를 횡보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밀가루 대부분을 수입해 사용하는 만큼 고환율은 원가에 악영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른 라면 업체들도 2023년 가격 인하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내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다 비슷하다"며 "1위 업체가 올렸으니 아무래도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의) 가능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