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 '노재팬' 이겼다…무인양품, 4년만에 흑자 전환

매출·영업익 동반 성장하며 기지개…당기순손실 여전
"고물가 속 수요 늘어…대체 브랜드 많아 회복 미지수"

무인양품 매장 모습.(타임스퀘어제공)

(서울=뉴스1) 김진희 기자 = 일본 불매 운동이 불거진 2019년 이후 수년간 영업손실을 지속한 무인양품(무지)이 4년여 만에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엔데믹 전환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예스 재팬' 열풍이 부는데다가 최근 경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가성비 아이템으로 꼽히는 무인양품이 실적을 회복하며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인양품의 지난 회계연도(2022년 9월1일~2023년 8월31일) 매출은 1499억원으로 직전 회계연도(2021년 9월1일~2022년 8월31일) 1240억원 대비 20.89% 증가했다. 이는 노재팬 운동 이전인 2018년 매출(1378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43억원에서 영업이익 18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다만 당기순손실 규모는 67억원에서 10억원으로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무인양품은 2004년 롯데상사로부터 무인양품 브랜드 영업부문을 떼 설립된 브랜드다. 일본의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계 기업으로 분류된다.

이에 노재팬 운동이 시작된 2019년부터 매출 감소와 적자 기조를 거듭하며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같은 해 경기 성남 분당에 낸 1호 매장을 영업 5년 만에 폐점했다.

무인양품의 적자 행진에는 '노 재팬'(일본제품 불매 운동) 영향이 컸다. 2019년 7월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당시 일본 브랜드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식품, 패션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예스 재팬' 열풍이 불자 무인양품 실적도 반등하는 모양새다. 특히 경기 불황 속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무인양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무인양품 제품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성비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일각에선 무인양품이 노재팬 현상 이전 만큼 회복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근 수년간 가성비 브랜드가 많이 생겼고 탑텐(신성통상), 자주(신세계인터내셔날), 유니클로 등 경쟁 브랜드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무인양품 관리 주체를 롯데상사에서 롯데쇼핑(023530)으로 변경하고 대표를 잇따라 교체하는 등 조직 및 전략 개편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초대형 오프라인 매장 출점으로 제2의 도약에 나섰다. 올 하반기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에 3151㎡ 규모의 신규 매장을 열었다. 종전 최대 규모였던 강남점(1950㎡)보다도 더 크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그간 노재팬 이후 무인양품(무지) 장사가 안 돼서 가격도 줄이고 매장도 없애는 추세였는데 예스재팬 현상이 최근 경기 불황 여파와 맞물리면서 매출을 회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지가 죽어있던 몇 년간 대체 브랜드가 많아져서 기존 만큼 회복하거나 그 이상의 성장은 무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jinn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