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영 롯데하이마트 지점장 "여자라서 안된다는 고정관념, 실력으로 깼죠"

420여개 매장 중 최연소 여성 지점장…영업부터 차근차근
"부단히 공부한 끝에 얻은 노력…세심한 성격이 판매에 큰 도움"

한아영 롯데하이마트 창동점 지점장.(롯데하이마트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신민경 기자 = "여자이기 때문에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컸죠. 더 공부해서 무시하는 시선에 떳떳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420여개의 전국 롯데하이마트 매장 중 18곳에 여성 지점장이 있다. 한아영씨(36)는 18곳 중에서도 최연소 여성 지점장이다. 그는 9년 전만해도 꿈꿀 수 없었던 '지점장'이 됐다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면서도 책임감이 앞선다고 했다.

3월8일 '여성의 날'을 앞두고 만난 한 지점장은 여성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한계에 마주한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추진력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매출 1등 만드는 '미다스의 손'…베스트세일즈상 두 차례 수상

한 지점장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판매왕이다. 서울 도봉구 롯데하이마트 창동점의 매장 영업과 직원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2018년 5월 지점장 직책을 맡았다. 2014년 입사한 뒤 4년 만에 얻어낸 결과였다.

뛰어난 판매 능력을 인정받아 가는 지점마다 '매출 1등 매장'으로 만들어 내부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휴대폰을 판매하는 지점 모바일 전담자를 맡았을 당시 베스트세일즈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다른 매장의 약 4분의 1 크기 되는 영업 매장도 전국 매출 1·2등 점포로 만들었다.

처음부터 영업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기 전인 2005년 그는 하이마트 매장 경리직으로 첫 입사 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들에게 판매직 도전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판매직에 더 관심이 많았던 한 지점장은 일과인 경리 업무를 마무리 한 뒤 휴대폰 판매 매장에 내려와 영업을 도우며 경험을 익혔다. 이후 수년간 휴대폰 판매를 도우며 지점 모바일 전담자 자리를 목표했지만 회사는 기회를 주지 않았고 급기야 퇴사를 결심했다. 다행히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한 뒤 여성에게도 판매 기회가 열렸다. 한아영 지점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바일 부문에 지원해 휴대폰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휴대폰 판매로 하이마트에 몸담은 그는 세심한 성격으로 꼼꼼히 고객들을 챙기며 우수 판매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한 지점장은 "모바일 가입 정보는 고객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도 많고 어려워하는 계약 사항도 많다"며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기 위해 따로 10가지 사항을 정리해 계약서와 함께 항상 넣어드렸다"고 판매 경험을 회상했다.

그의 이 같은 서비스는 높은 고객 만족도로 소문나기 시작했고, 롯데하이마트 다른 매장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여자 가전제품 박사라 불려…고정관념 깨려고 두배 더 노력했다"

판매 직원들 사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영업력을 지녔지만, 뒤에는 항상 "여자가 전자제품에 대해 뭘 알겠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기도 했다.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을 응대할 때면 무시 당하기 일쑤였다.

황당한 일화를 겪기도 했다는 한 지점장은 "하루는 제품을 살펴보지도 않고 '이 제품 주세요. 바로 계산해주세요'라면서 1분 만에 결제하려고 한 남성 고객이 있었다"며 "휴대폰은 개봉 후 환불이 어렵기 때문에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불만이 자주 나오는 상품이라 더 꼼꼼하게 물건을 판매하는 편이다. 불안한 마음에 세번이나 숙지사항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구매했던 남성이 10분 남짓 시간이 지나자 곧 돌아왔는데 '여자가 뭘 모르고 제품을 판매했다'며 매장에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며 "당황했지만 꼼꼼하게 종이에 적어서 넣어드렸던 계약 사항이 있어 자세하게 안내해드렸던 점을 고객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생각만해도 눈이 질끈 감기는 경험이지만 당시 내용을 챙긴 덕분에 큰 소란으로 번질 수 있었던 일을 무마할 수 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지점장이 믿는 것은 바로 제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서다. 한 지점장은 "여자라고 무시하는 고객분들 앞에서 당당하게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삭하게 제품을 꿰뚫고 있는 정보력이 있어야 했다"며 "내 정보력을 남들보다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제품 이력을 수백번 읽기도 제품을 수천번 살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방법은 여자라는 인식을 깰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을뿐 아니라 고객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됐다"며 "'쉽고 귀에 쏙쏙 박히게 설명하고 물건 잘 고르게 해주는 판매직원'이라는 소문이 나서 많은 손님들이 재방문해주시고, 또 저를 다른 고객분들에게 자주 소개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연해진 사내 분위기…자기계발 통해 더 발전하자"

남들보다 더 공부해야 한다는 열정은 학업으로까지 이어졌다. 한 지점장은 회사에 다니며 경희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그는 "당시 지점장께서 석사 과정이 실무에 도움이 되겠냐며 만류했지만, 학습에 대한 일념으로 도전해 석사를 수료했다"며 "과거에는 고등학교 출신 직원들에게 학습의 기회가 적었지만, 지금은 사내 대학 제도와 자유로운 연차 분위기 등 복지를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하이마트는 고등학교 출신 현장 직원들에게 사내 대학 제도를 지원하기도 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환경도 제공한다. 연 2회 연차와 휴가를 활용해 자유롭게 휴가를 다녀올 수 있다.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육아 휴직제도도 강화했다. 여성 인재는 출산 이후 자동으로 1년 동안 휴직할 수 있으며 휴직 기간 1년 연장도 가능하다. 남성 인재에게도 자녀 출산 시 1개월 육아 휴직을 지원한다.

한 지점장의 목표는 경영학 박사 학위를 수료하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지점장이 된 만큼 현장 출신 경영학 박사이자 여성 임원이 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고 여성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능한 여성 후배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관리자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말을 맺었다.

smk503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