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논란부터 매각 불발까지…"남양유업 어디서 잘못됐나"

"코로나19에 효과 있다" 발표 이후 여론 급격히 악화
양측 변호인 선임…지루한 법적 공방 돌입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결렬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1일 밝혔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양유업이 매각 불발을 둘러싼 잡음의 시작은 지난 4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밀어내기와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사건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상황에서 불가리스를 들고 반전을 꾀했다.

남양유업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섣부른 결과 발표라는 지적과 함께 여론은 급격하게 싸늘해졌다. 이후 남양유업은 경찰 조사에 이어 경영진 사퇴와 사과, 매각, 매각 번복을 거듭해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 4월 '불가리스 사태' 여론 급격히 악화

지난 4월 남양유업은 '코로나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의 관심이 한순간에 집중됐다. 남양유업 주가도 치솟았다.

그것도 잠시 역풍이 불었다.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다. 최종 단계인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과 비난을 받았다. 여론은 과거보다 더 악화됐다.

이후 회사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실험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정부 당국은 발 빠르게 대처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의 발표 후 이틀 만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를 내렸다. 경찰도 서울 강남구 본사에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불법은 없는지 확인 절차에 돌입했다.

ⓒ News1 박지혜 기자

◇ 5월 경영진 사의 표명…비상체제 전환

남양유업 경영진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도록 번지자 결단을 내렸다. 지난 5월 이광범 대표가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다음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역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민과 직원, 낙농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회장직을 사임했다. 1977년 남양유업 이사에 오른 지 44년 만이다. 특히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여론 돌리기에 나섰다. 남양유업의 대국민 사과는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와 창업주 외손녀 마약 사건 이후 3번째였다.

홍 회장은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한 모든 국민과 현장 직원·대리점주·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은 경영권 공백을 우려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재로 전환했다.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영 쇄신책 마련과 함께 대주주에게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지배 구조 개선도 요청하기로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새로운 대책이 등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News1 이승배 기자

◇ 급작스러운 한앤컴퍼니 지분 매각 발표

5월 말 예상과 달리 급작스러운 매각 발표가 나왔다. 홍원식 회장·아내 이운경씨·손자 홍승의씨가 보유한 보통주식 37만8938주(52.63%)를 국내 경영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매각 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당시 매수자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기업 인수 후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왔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남양유업은 매각 발표와 동시에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온라인에 악성 비방을 게재해 피해를 준 매일유업에 사과문을 전달했고, 매일유업도 이를 받아들여 고소를 취하했다. 세종시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 대목이다.

◇ 7월 돌연 임시주주총회 연기

변수는 지난 7월 30일 예고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촉발됐다. 이날은 신규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의 안건 처리가 예정됐지만 돌연 연기됐다.

남양유업 측은 "기존 주주와 한앤컴퍼니 측의 주식매매계약 종결을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늘 처리 예정이었던 안건은 9월 주총에서 다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180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주주총회 연기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 의견문을 통해 "경영권 이전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현 대주주인 매도인의 일방적인 의지에 의해 (주주총회가) 6주간 연기됐다"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후부터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라섰다. 매각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홍원식 회장 측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지난달 17일 임시주주총회 연기에 대해 "매각 결렬, 갈등, 노쇼(NO-SHOW)는 사실무근"이라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상호 당사자 간에 거래를 종결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주총 결의를 할 수 없었기에 주주총회를 연기·속행한 것일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모습. 2021.5.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8월 양측 변호인단 선임 후 소송전 시작

지난달 홍 회장과 한앤코 양측 모두 변호인단을 선임했다. 당시 법률 자문단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사실상 법정 공방을 대비한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예상대로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심지어 부도덕한 사모펀드'라고 원색 비난해 악의적 사실관계 왜곡과 비방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앤코 역시 반격에 나섰다. 일단 법원은 지난달 23일 홍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전자등록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어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은 매각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루한 법적공방 탓에 남양유업의 매각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그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니 이번 일로 실망하지 말고 향후 과정을 지켜봐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