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1억원, 치킨 매장 6개 모두 폐업"…BBQ 치킨 대학에 모인 '절박함'

"1g 단위 측정, 부끄러웠다"…청년스마일프로젝트 1기 만나보니
"성공으로 보답할 것"…희망·간절함 가득

제너시스 비비큐(BBQ)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에 입학한 입학한 정회군씨(32·왼쪽부터), 김동현씨(29), 채경희씨(23)가 27일 오후 경기 이천 치킨대학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이천=뉴스1) 황덕현 기자 = #1. 20대 초반에 치킨집 사장님. 매장을 6개나 운영하며 한때 월매출 1억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의 대가는 컸다. 품질 관리에 실패하면서 결국 빚만 남긴 채 매장을 모두 접어야했다.

#2. 낮에는 빵집에서, 밤에는 마트에서, 주말에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까지…. 하루 3~4시간 자며 일했지만 생활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27일 경기도 이전 제네시스 비비큐(BBQ) 치킨 대학에서 만난 이들의 사연이다. 그들의 눈빛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절박함과 '이번엔 제대로 교육을 받으니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교차했다.

이들은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로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치킨의 'AtoZ'를 배우고 있었다.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로 구직, 사업실패 등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경제적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배달전문(BSK) 매장 오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총 200팀이 선발돼 교육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군대 온 것처럼 치킨 배웠다"…미래 희망 찾아

첫번째 사연의 주인공은 정회군씨(32)다. 그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충남 천안에서 치킨 매장 6개를 운영하던 번듯한 사장이었다. 20대 초반, '사정상 매장을 접을 예정인데, 인수받아서 키워봐라'는 전 사장 제안에 덜컥 매장을 인수한 게 시작이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운동을 전공하고, 대학시절엔 공학계열을 공부한 그에겐 갑작스런 도전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장이 된다는 기쁨에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한다. 덕분에 매장을 찾는 손님이 늘었고 매출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먼 지역에서까지 주문이 들어오자 추가 매장을 늘려나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매장이 6개까지 늘었다.

욕심이 과했던 탓일까. 매장 6곳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고객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도 나빠졌고 결국 모든 매장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4년간 청춘을 마친 매장은 그에게 빚만 안겨줬다.

정씨는 "월 최고매출 1억원 가량을 기록할 때도 있었지만 다 옛일"이라며 "여러 매장·브랜드 관리에 실패한데다 고객 취향 분석, 물류 수급 어려움 등 난관에 봉착해서 결국 빚만 지고 매장을 모두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치킨대학에서 지난 4일간 배우고 나서든 생각은 '부끄러움'이다. 그는 "입소 4일 동안 정말 군대온 것처럼 치킨에 대해 배웠다"며 "치킨 재료를 1g 단위까지 측정하는 것을 보고 배우면서 종전에 만들던 치킨에 대해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부끄러움 뒤에는 희망도 찾아왔다. 정씨는 "정말 새로 태어났어요. '닭에 미쳐있는 대장님'(윤홍근 BBQ 회장)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주먹을 쥐어보였다.

윤 회장은 지난 23일 이곳을 찾아 "26년간 쌓아온 성공경험과 노하우들을 바탕으로 경기침체로 구직 실패, 창업 실패 등으로 어려운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열정과 간절함을 가지고 즐기고, 멋지게 도전해 성공하셔서 경제적 자립을 꿈꾸는 청년들의 좋은 모범이 돼 달라"고 격려했다.

경기 이천 소재 BBQ 연수원 격인 치킨대학 전경 ⓒ 뉴스1 황덕현 기자

◇ "하루 3~4시간 자며 일했지만 가난 벗어날 수 없었다"

채경희씨(23)씨는 고등학교에서 제과제빵을 전공한뒤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졸업 직후 개인 베이커리에 취직해 일을 시작했지만 생활은 빠듯했다.

대구가 고향인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집을 얻어 생활하며 생활비까지 아꼈다. 월세, 공과금, 통신비 등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을 제하면 수중에 남는 돈은 100만원대. 교원임용시험(임용고시)을 준비하는 언니와 대학생 남동생 사이에서 집안 가장 노릇을 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마트 캐셔 등 '쓰리잡'까지 뛰곤 했다. 하루에 서너시간 밖에 잠을 못자는 날이 이어졌다. 그러다 건강이 나빠져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수완을 펼칠 내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기회(BBQ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지만 합격이 너무 절실했다. 간절했던 손을 BBQ가 잡아줬다"

채씨에게 합격이 절실했던 다른 이유도 있다. 일하다 교제를 시작한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하루라도 빨리 보금자리를 꾸리려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꼭 필요하다.

◇ '희망기금' 지원 때부터 고지 "충분히 납득"…BBQ "성공 위해 지원 아끼지 않을 것"

정씨와 채씨를 비롯한 교육생들이 입고 있는 티셔츠에는 '비비큐는 마법이다'(BBQ is magic)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패기와 간절함 외에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창업 기회는 말 그대로 마법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원이 무료가 아니라 갚아나가야 한다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는 매장을 내는 200팀에게 BSK 매장, 인테리어, 시설, 초기 운영자금 등 8000만원 상당을 지원해 준다. 대신 월 최대 194만원을 'BBQ미래꿈희망기금'으로 내게 했다.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 다른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채씨는 "목표 매출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기금을 내지 않거나 금액 조정 혹은 유예도 가능하다고 안내 받았다"며 "당장 8000만원을 현금으로 일시 지급하면 누가 제대로 사업을 하겠느냐. 초심을 잡는 잠금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번만큼 베푸는 '나눔의 기회'도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기 교육생으로 함께 교육을 수료한 김동현씨(29)도 "BBQ 본사가 교육생들에게 매출 예상 레퍼런스 및 수익구조를 설명했다"며 "사업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합리적이라고 느낄 것이다. 합격한 200팀 외 다른 이들의 자립을 위해 사용된다고 하니 납득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 마포구에서 대창덮밥 전문점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했다. 광주 남구에 BBQ BSK매장 개점을 앞두고 있다.

BBQ 청년스마일 프로젝트 TFT 김성우 전략기획팀장이 프로젝트와 교육, 창업 진행상황에 대해 27일 오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BBQ는 교육을 이수한 청년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교육을 총괄하는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TFT 김성우 전략기획팀장은 6차 교육생이 수료할 때까지 약 1달간을 치킨대학에서 동거동락할 예정이다.

길지 않은 인터뷰였지만 김 팀장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전국 각지에 매장 위치를 물색하고 있는 개발팀 사업담당자들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입지 분석과 매장 개점 확정을 위한 확인 전화였다.

김 팀장은 "치킨대학에서는 교육생들 교육을, 전국각지 개점 예상지역에는 상권분석 및 집기류·설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최고 성과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9월초 개점에 발맞춰 현재 광고업계 최고 주가를 구가 중인 2020 도쿄올림픽 '4강신화' 주역 김연경 선수를 모델로 내세울 계획"이라며 "교육생들 모두가 사업 정상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빠른 BSK 개점과 패밀리(가맹점 사장) 자립을 돕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다. 왜곡된 주장과 오해에 맥이 풀린다"며 "프랜차이즈 출점을 원해도 할 수 없던 분들을 위한 지원을 호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ac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