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비호감 기업의 퇴출"…남양유업 운명 가른 '소비자 신뢰'
나빠진 여론·불매운동으로 회사 매각된 첫 사례 오명
- 이주현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57년 역사의 남양유업이 매각된다. 여론 악화에 따른 불매운동으로 회사가 매각되는 첫 사례로 남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13년 '대리점 갑질 논란'부터 추락하기 시작한 기업 이미지와 불매운동은 진정되지 않았고 최근 '불가리스 사태'가 쐐기를 박았다.
실적은 곤두박질 치고 주가는 반토막 났다. 오너 2세 홍원식 회장이 뒤늦게 나서 눈물의 대국민 사과를 하며 회장직을 내려 놨다.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결국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분 매각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남양유업 사례는 오너일가에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에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읽지 못해 회사가 망가진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비호감 기업의 퇴출'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오너일가에 집중된 폐쇄적 조직문화 '잘못된 경영' 사례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홍원식 전 회장·아내 이운경씨·손자 홍승의씨가 보유한 주식 37만8938주를 국내 경영 참여형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계약을 지난 27일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3107억2916만원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남양유업의 최대주주는 한앤코19호 유한회사로 변경된다.
홍 전 회장은 주식 계약 체결 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오늘부터 저는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자 남양유업 가족분들께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며 고별사를 남겼다.
그는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하게 밝힐 수 없는 현실에 최대주주로서의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면서 "무엇이든 해야겠다는 고심 끝에 저의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8년만이자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 논란 이후 44일만이다.
이로써 홍 전 회장 일가가 이끌던 남양유업은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남양유업을 인수하는 한앤컴퍼니는 기업체질, 실적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한 경험을 앞세워 남양유업의 경영쇄신을 이룬다는 계획이다.
한앤컴퍼니는 계약 직후 "적극적인 투자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해 소비자와 딜러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눈물의 사과에도 회복되지 않은 '소비자 신뢰'
재계에서는 남양유업 사태를 두고 '소비자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까지도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대리점 갑질 사태 대국민 사과 당시에도 홍 전 회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경영인들만 앞세워 고개를 숙이게 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쟁사를 비방하는 행위도 일삼았다. 자사 '아인슈타인 우유'의 디옥시리보핵산(DHA) 함량을 과대 광고하고, 타사에서 판매하는 커피믹스의 카제인나트륨이 유해성분인 것처럼 선동하는 비도덕적인 마케팅(판촉) 행위가 도마위에 올랐다. 댓글을 통해 경쟁사 매일유업을 비방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시 소비자 신뢰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범죄 혐의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불가리스 사태 이후 표절 시비와 오너 일가 비리 의혹까지 터져 나왔다.
오너일가가 물러나게 된 주요 사건들이다. 남양유업은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형식적으로 사과문을 내는데 그쳤고 본질적인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갑질 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미지 반전에 힘쓰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고 공정과 정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MZ세대의 반감을 지우지 못했다. 최근 소비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치소비'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도 남양유업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오너리스크' 해소되자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
홍 전 회장은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표현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경영권을 포기하자마자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남양유업의 '오너 리스크'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홍 전 회장을 두둔하기 보다는 '사필귀정'이라는 식의 댓글이 주를 이룬다. 남양유업 대리점주 역시 "솔직히 홍 전 회장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없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남양유업이 됐음을 국민들이 알아주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남양유업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받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정도의 경영 쇄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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