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괜찮은 롯데칠성 유상증자 왜?…알고보니 '辛의 한수'
日 지분 낮추고 지배력 강화, 롯데 지배구조 개편 막바지 작업
우호지분 포함 과반 확보…'종속기업' 편입 가능성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양호한 실적을 기록 중인 롯데칠성음료가 유상증자를 단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제3자 배정방식으로 롯데지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유상증자에 나설 때에는 돈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6월말 현재 2000억원이 넘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수수께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동안 추진해 온 '지배구조 개편'이란 키워드로 풀린다. 이번 롯데칠성음료의 유상증자가 '辛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롯데지주, 유상증자로 롯데칠성음료 지배력 강화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필리핀 펩시와 롯데주류 일본법인 지분을 919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취득예정일은 오는 12월11일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인수대금을 현금 대신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919억원에 해당하는 신주 98만1663주(발행가 9만3660원)를 롯데지주가 가져가는 형태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기존 26.5%에서 34.6%로 높아지게 된다. 우호지분인 자기주식·신동빈·신영자·롯데장학재단까지 더하면 48.1%로 치솟는다. 절대적인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과반을 사실상 확보한 셈이다. 그만큼 롯데지주의 롯데칠성음료 지배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롯데지주는 핵심 식품계열사 3사(제과·푸드·칠성음료) 중 유일하게 롯데칠성음료만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관계기업이란 완전한 지배가 아닌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를 말한다. 재무회계상 지분법을 따르는 것도 종속기업과 다른 점이다. 종속기업의 경우 자산과 실적을 고스란히 품을 수 있어 지주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롯데지주가 롯데칠성음료를 관계기업으로 두는 이유는 일본롯데그룹 영향력이 커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본롯데에 속한 롯데알미늄(8.87%)·호텔롯데(5.92%)·롯데홀딩스(1.37%)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중 16.17%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일본롯데 지분에 막혀 완전한 지배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이유다.
◇ 롯데,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수순…日과 연결고리 차단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지주 아래로 완전히 들어오게 되면 일본기업 그늘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 현재 우호지분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지분 50% 미만이라도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되면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일본기업 이미지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지막 퍼즐은 호텔롯데 상장이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대신 매입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지난 6월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롯데푸드 지분 약 13%를 모두 매입했다. 롯데푸드의 일본 그림자는 L제2투자회사(4.34%)뿐이다. 롯데지주는 즉시 롯데푸드를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일본을 뒤로하고 확실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롯데푸드의 연 매출 약 1조8000억원(2019년 기준)을 품어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롯데칠성음료(2조4000억원)까지 종속기업으로 들어오면 롯데지주 매출은 8조7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칠성음료의 종속기업 편입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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