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제품수 300개 추가 축소…수익성 개선 집중

가격 인상 카드도 만지작 "주력 원물 가격 변동성 적극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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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CJ제일제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가 부진한 제품 300여개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회사 특성상 잘 팔리지 않는 제품은 수익성을 떨어트리는 주요인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에도 제품 수(SKU)를 약 1000개 줄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폐기 손실이 각각 50억원과 30억원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적극 반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 수익성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비인기 제품군 정리 추가…"신제품 출시는 신중"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SKU를 300개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식품업계에서 SKU 줄이기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팔리지 않는 제품은 창고에 재고로 쌓인다. 회사 입장에선 비인기 제품 생산라인 유지와 재고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SKU 축소는 단기적인 손실로 이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다.

CJ제일제당의 SKU 줄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당시에도 식품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대대적으로 상품군 조정에 나선 바 있다.

CJ제일제당은 SKU 줄이기와 동시에 신제품 출시에도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시작부터 촘촘하게 사업성을 검토해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올해는 신제품 숫자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부터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성과가 부진하면 상시로 제품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CJ제일제당이 SKU 줄이기에 나선 것은 수익성 확대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 매출은 8조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51.9%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3421억원으로 2018년(3575억원)보다 154억원이 줄었다.

◇ 가격 인상 가능성도 검토…원자재 가격 인상분 반영 안하면 수익성 개선 힘들어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추가 가격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미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냉장햄·소시지·베이컨을 포함한 26개 햄 품목 가격을 평균 9.7% 인상했다. 햄의 주원료인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급등한 탓이다. 지난해엔 즉석밥 시장 점유율 1위 햇반 가격을 올렸다. 쌀값 가격이 치솟으면서 원가 부담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최근 국내 쌀값뿐 아니라 글로벌 곡물 가격 역시 상승세다. 블룸버그의 글로벌 곡물 시세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옥수수는 4.3%, 원맥(밀가루 원료)은 15% 올랐다. 식품업계가 매출 원가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시기에 진입했다.

회사 관계자도 "주력 원물 가격이 기후와 글로벌 환경에 따라 변동하면 운영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며 가격 인상이 다른 상품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문제는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식품 기업이 앞다퉈 가격인상 카드를 꺼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늘고 있다. 식품업종 특성상 소비자 물가 체감이 높아 기업들은 상당한 고민을 거듭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으로 질적 성장을 다지겠다"며 "맛과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 투자는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의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판관비) 비율이 20% 초반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신제품 출시와 경쟁제품 등장으로 판관비는 꾸준하게 올랐다. 매출도 동시에 증가해 판관 비율이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초 체력은 확보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투 제품 증가로 시장 점유율 지키기 위해 판관비가 과하게 투입되고 있다"고 "판관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