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 K패션]①패션 전문 플랫폼 뜨니 신진 디자이너 '숨통'…다양성↑

패션 전문 플랫폼, 10~30대 쇼핑 습관 바꿔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 역할…K패션 생태계 확장

편집자주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에 한국 문화를 동경하는 이들이 늘면서 K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패션 전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신진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작품을 보다 손쉽게 알릴 수 있게 됐다. 보다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K패션의 미래를 이끌 이들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루이비통·샤넬·폴로랄프로렌·겐조 등 글로벌 패션 업체들을 향한 K패션의 도전을 살펴보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 지를 집중 조명해 봤다.

왼쪽부터 무신사, W컨셉, 스타일쉐어 ⓒ 뉴스1

(서울=뉴스1) 정혜민 배지윤 기자 = #.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는 이소희씨(가명·29)는 친구들 사이에서 일명 '패피'(옷 잘입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로 통한다. 그는 요즘 패션 전문 플랫폼에서 옷을 사입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W컨셉'에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니트와 나이키 운동화를 샀다.

이 씨는 "요즘 나오는 플랫폼들은 유명 브랜드부터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다양한 품목이 입점해 있어 개성 있는 상품을 고르기 좋다"며 "쇼핑 가이드, 셀럽(유명인)들의 착용샷, 스테디셀러, 컬러별 제품보기, 쇼핑 하울(품평) 등 다양한 볼거리 때문에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10~30대 젊은 층의 패션 쇼핑이 달라지고 있다. 패션 상품을 일목요연하게 큐레이션 해주는 '패션 전문 플랫폼'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 패션 전문 플랫폼은 최신 경향의 패션 상품을 무기로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간 백화점이나 홈쇼핑이 소위 '제도권 패션'이라고 하는 국내외 대형·중견 패션사 의류를 주로 선보였다면 패션 전문 플랫폼은 스트리트 브랜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등을 아우르며 한국 패션의 다양성을 한 층 끌어올리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유니콘 무신사·예비유니콘 스타일쉐어…패션 전문 플랫폼 급성장

24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전문 플랫폼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무신사는 2000년대 초반 카메라 한 대로 시작한 '패션 커뮤니티'에서 지난해 기업가치 2조33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했다.

스타일쉐어 역시 지난해 말 기술보증기금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며 그 성장성을 인정받았다. 누적 가입자 수는 600만명을 넘어섰다. 주 타깃 고객은 15~25세 사이지만 2018년 29CM를 인수하며 30대 초반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패션 잡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으로 구성된 콘텐츠에 아쉬움을 느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의상의 가격을 알고 나면 입이 떡하니 벌어진다. 코디도 난해해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힘들다. '엘리트 패션'과 대중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었다.

무신사·W컨셉·스타일쉐어·29CM 등 패션 전문 플랫폼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플랫폼은 '비(非)제도권' 브랜드가 주로 입점하고, 가격이 대체로 합리적이며, 패션 잡지처럼 패션 콘텐츠를 선보인다. 또 10~30대 사이에서 실제 유행하는 스타일에 매우 부합한다.

패션 전문 플랫폼에서는 기존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한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W컨셉에 입점한 브랜드 중 백화점·아울렛 등 대형유통 채널에 입점하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비중은 80~90%에 이른다.

스타일쉐어의 전체 입점 브랜드(패션·뷰티·소품 포함) 중 스트리트 및 디자이너 브랜드는 56%를 차지한다. 이들은 스타일쉐어의 전체 거래량(지난해 기준) 중 31%를 차지했다.

패션 플랫폼들은 소비자가 참고할 다양한 패션 콘텐츠도 선보인다. 무신사가 날마다 웹사이트에 올리는 '거리 패션' 사진은 이미 업계에서는 유명하다. 스타일쉐어는 사용자들이 마치 SNS처럼 자신의 일상 코디를 자랑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한다.

W컨셉 관계자는 자신들의 성장 비결로 모바일 쇼핑의 활성화, 소비자에게 친숙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그리고 패션 콘텐츠를 꼽았다. 그는 "화면을 패션 잡지처럼 꾸몄는데 이 패션 콘텐츠 때문에 W컨셉에 매일 접속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W컨셉과 함께 성장한 닐바이피 ⓒ 뉴스1

◇패션 플랫폼과 함께 신진 브랜드도 '동반성장'

패션 전문 플랫폼의 약진으로 국내 패션업계가 한층 다양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화점이나 홈쇼핑 등 제도권 유통업체들이 취급하지 않았던 다양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패션 전문 플랫폼이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전문 플랫폼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다. 패션 플랫폼은 신진 브랜드에 판로가 되지만 반면에 신진 브랜드는 패션 플랫폼이 타 유통채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 수는 2013년 200개에서 2018년 3500개로 늘었다. 무신사가 성장하는 동안 입점 브랜드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3년 5000만원에서 2018년 1억2000만원으로 함께 늘었다.

'빈폴레이디스' 등에 몸담았던 박소영 디자이너가 2015년 론칭한 '닐바이피'는 W컨셉과 함께 컸다. 닐바이피는 자사몰을 제외하고는 W컨셉에서만 단독 판매 중인데 지난해에는 W컨셉에서 매출 1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W컨셉은 영세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위해 인플루언서 협찬 등의 마케팅을 대신 진행해 주고 있다. W컨셉의 차별화된 콘텐츠인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장해야 W컨셉이 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W컨셉은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블루밍데이즈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자사에 입점한 마론에디션·킨더살몬·렉토·로켓런치·제이청 등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11개를 소개하며 이들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스타일쉐어에서는 2016년 론칭한 '엘리오티'가 동반 성장의 대표 사례다. 10~20대를 타깃으로 하는 엘리오티는 스타일쉐어와 단독 상품 론칭이나 단독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론칭 3년 만에 연 매출 50억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지금은 '스타 브랜드'가 된 오아이오아이, 디스이즈네버댓, 비욘드클로젯 등도 무신사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무신사는 유망한 신생 패션 벤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오디션을 열기도 했다.

heming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