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 제국]⑥"온라인쇼핑몰도 ‘카피상품’ 방치했다간 처벌받는다"
제조업체만 책임 아냐…소셜커머스도 '부쟁경쟁방지법 위반' 처벌
무신사 등 오픈마켓, 법 '사각지대'…법 개정 통해 책임 강화 필요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패션 디자이너 A씨(30대)는 지난 2015년 초 국내 주요 온라인몰 업체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제작한 티셔츠의 고유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품을 B사가 사이트에 올려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소송이 주목받은 것은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사'(판매사)인 B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B사는 카피 상품을 제조·생산하지는 않았다. 다만 B사는 해당 카피 의혹 상품을 매입한 뒤 유통한 것으로 의심돼 법적 책임이 무겁다는 게 A씨 측 주장이었다.
약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B사는 일종의 합의 개념인 '조정'을 제안하고 A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B사가 A씨에게 합의금을 지급하면서 소송은 일단락됐다.
◇카피 상품 매입한 뒤 판매하면 유통업체도 '법적 처벌'
28일 법조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셜커머스 형태의 온라인쇼핑몰이 '카피 상품'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소셜커머스란 소셜·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해 제품을 유통하는 전자상거래를 의미한다. 국내 대표 소셜커머스 업체로는 쿠팡·티몬·위메프 등이 있다.
이 업체들이 카피 상품을 매입한 뒤 자사의 사이트를 통해 거래하면 이른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다른 사람의 지식재산권(디자인)을 시장에서 혼돈·오인하게 만들어 경제적인 이익을 추구할 경우 적용된다. 법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디자인을 베낀 제조업체·디자이너는 물론 카피제품을 유통한 업체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법무법인 시헌 홍영호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적용 범위에는 카피상품 제작·생산·수입뿐 아니라 '판매'까지 포함된다"며 "특히 A씨가 B사를 상대로 소송할 수 있었던 이유는 B사가 카피 상품을 자체적으로 사들인 뒤 사이트를 통해 유통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입점브랜드 3500여개…무신사는 '카피 상품' 책임 없을까
하지만 문제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 중개'를 하는 오픈마켓 형태의 온라인몰의 경우 카피제품이 판매되더라도 유통업체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 오픈마켓은 제품 매입한 후 유통했다는 의심을 받는 B사와 달리 '중개 역할'만 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마켓들은 브랜드와 입점 계약 과정에서 카피·위조품 책임을 입점 업체가 지도록 명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정경쟁방지법 적용이 힘든 이유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오픈마켓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개정안도 오픈마켓이 카피·위조품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내용은 아니어서 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마켓 등의 형태로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최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등극한 무신사다. 무신사에는 35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운데 카피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웃도어 업체 노스페이스의 '눕시 다운 재킷'을 베꼈다는 의심을 받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바이슨 RDS 덕 다운 점퍼도 무신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홍영호 변호사는 "오픈마켓 사업자의 커다란 영향력에 비해 이들이 카피 상품의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수준은 미미한 편"이라며 "이를테면 무신사에서 제품을 산 소비자는 해당 브랜드보다 '무신사'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픈마켓 사업자의 책임을 법적으로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무신사 관계자는 "디자인 카피 여부는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현행법상 (그럴 판단을 하기에)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카피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입점 브랜드에서 디자인 논란이 발생하면 카피 의혹 상품을 비교하고, 브랜드 측에 소명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카피 상품임이 증명되면 해당 브랜드에는 판매중지나 퇴점을 요구하고 보상·합의 과정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도용 의심을 받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상품이 무신사에서 판매되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구매 판단이 내릴 수 있을 정도로 이슈(논란)가 됐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든 노스페이스든) 당사자 간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추이(상황)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의 디자인 도용 의혹이 불거지면 해당 온라인몰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하고 카피 상품으로 판정 시 영구 퇴출 같은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주요 온라인몰이 의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면 디자인 도용 문제도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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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른바 '짝퉁'(위조 상품)보다 심각한 게 '카피 상품'입니다." 주요 패션업체 관계자의 말입니다. '카피 상품'이란 말 그대로 특정 브랜드 제품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낀 제품을 의미합니다. 상표까지 도용해 누구나 불법임을 아는 '짝퉁'과 비슷한 듯하지만 다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디자인 도용을 일종의 '관행'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디자인 카피도 명백한 법적 처벌 대상입니다. <뉴스1>은 국내 패션업계의 '경각심'을 일깨우도록 디자인 카피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